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교수 인터뷰
남궁인 작가가 5년 3개월 만에 의학 지식을 실용적이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의학 교양서 ‘몸, 내 안의 우주’를 출간했다.
/사진=최소라 인턴기자
인간의 몸은 그 자체로 거대한 우주다.
37조 개의 세포, 끝없이 분화하는 감정과 사고, 생명을 지탱하는 정교한 생리 시스템을 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몸 구석구석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몸을 세세히 보고 느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잊고 지내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아 그제야 존재를 자각하는 정도다.
남궁인 작가의 ‘몸, 내 안의 우주’는 이 무심함에 질문을 던진다.
의학 전문가로서 우리 몸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고 어떻게 기능하는지 서술한다.
그가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만난 환자 사례는 과학적 지식과 어우러져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독서 행위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몸과 삶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불현듯 구부러진 척추를 펴고 가슴팍과 양쪽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심장과 신장이 제대로 기능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응급실 일화를 읽을 때 의학 드라마를 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지난 29일, 해방촌에서 남궁인 작가(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나 신간 이야기를 나눴다.
-5년 3개월 만에 단독 저서를 냈다.
이번에 나온 ‘몸, 내 안의 우주’는 어떤 책인가?
“의학 지식을 실용적이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의학 교양서다.
쉽게 말해, ‘과·알·못(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학창 시절 과학 과목을 포기했거나 평소 의사의 말에 난해함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의학도 이렇게 개념적으로 접근하니까 쉽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했다.
함께 책을 만든 편집자도 처음에는 과학을 어려워했는데 후반부에는 거의 의사가 됐다.
”
-책 분량이 500장이 넘는다.
원고 작성 못지않게 원고를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다.
목차는 어떻게 구성했나?
“일단 흥미로운 주제를 중심으로 하나씩 원고를 작성한 뒤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인 ‘의대 커리큘럼’을 참고해 목차를 구성했다.
다만, 의대생뿐 아니라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직관적으로 썼다.
1장부터 6장은 의학의 기본이 되는 내과학(소화, 심장, 호흡, 신장, 내분비, 면역)으로, 7장부터 9장은 실용적이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의학 분야(피부, 근골격, 생식)로 구성했다.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을 구성하는 뇌와 감각을 다룬 10장과 11장을 거쳐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12장으로 끝이 난다.
”
-의료인 외 비전문가가 이 책을 통해 의학 지식을 알게 되면 뭐가 좋을까?
“의학은 생각보다 실용적인 학문이다.
원리만 이해하면 어디가 아플 때 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고 환자뿐 아니라 배탈 환자, 심장 질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응급실을 찾는데, 질환명만 들으면 굉장히 복잡할 것 같지만 사실 아픈 이유는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의사의 결정에는 몇 가지 간단한 근거가 있을 뿐이고 맥락만 익히면 의학이 굉장히 흥미롭다는 사실을 알아 가면 좋을 것 같다.
”
-의학 지식을 알면 아플 때 경험하는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회복에도 도움이 될까?
“그렇다.
이 책을 통해 환자의 치유력을 강조하고 싶기도 했다.
환자 대부분 스스로가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몸이 아플 때는 어디가 왜 아픈지, 어디까지 아플지 정확히 모르니까 병원에 오는 게 맞다.
다만, 의사가 진단해 치료 자체가 안정화되면 대부분 고통의 정점에서 내려온다.
이후엔 몸이 스스로 회복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있다 보니 주변 인구 100만 명 중 그날 가장 아픈 사람들을 만난다.
긴박한 상황도 많지만, 그걸 제외하고 실제로 일과 중 가장 많이 내는 처방은 ‘보존적 치료(증상을 조절하며 인체가 병마를 이겨내게 돕는 것)’와 ‘배드레스트(침대에 눕혀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다.
‘감기는 약을 먹으면 (회복에) 1주일이 걸리고 약을 안 먹으면 7일이 걸린다’는 말이 있듯, 의사는 우리 몸의 면역계가 스스로 싸워 회복되는 동안 의사는 그 과정이 조금 덜 고통스럽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환자 스스로가 가지는 치유력을 믿어야 한다.
”
-책의 여러 목차 중 마지막 목차가 눈에 띈다.
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비가역적 죽음’으로 막을 내린 이유는?
“삶의 이면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함이다.
의대생 때는 삶만 배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오면 죽음을 자주 목격하고 감당해 내야 한다.
현장에서 비로소 죽음에 대한 배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죽음을 많이 목격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과 의사가 사망 선언을 하는 과정과 변화하는 죽음의 개념 등을 나름대로 정리해 나누고 싶었다.
”
-책 중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멈춘 심장이 잠시나마 다시 뛴 환자 사례가 인상깊다.
이 환자처럼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경우가 종종 있을까?
“실제로 청각이 가장 마지막까지 반응한다.
심장이 다시 뛰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때 임종 직전 보호자는 생전에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을 한다.
대부분 고마워, 미안해, 편히 가, 잘 지내 등의 말씀을 하신다.
”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본인, 혹은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 대비하는 방법은?
“죽음은 언제든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나이가 든 환자일수록 죽음을 순리대로 받아들인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살면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응급실 근무 만으로도 바쁠텐데 꾸준히 글과 강연을 통해 독자·대중과 소통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의사로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제가 평생 해온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 하고 있는데, 공적으로는 계속 글을써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강연이나 여러 활동들은 제가 쓴 글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의사,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
“일단 환자에게 친절한 의사가 되고 싶다.
나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활발히 쓰는 의사라기 보다 임상에서 환자들을 돕는 의사다.
스스로 몸 관리, 체력 관리를 잘해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의사이고 싶다.
작가로는 의학 지식과 사례를 대중에게 재미있게 전하고 싶다.
그걸 너무 하고 싶어서 5년 3개월 동안 이 책을 쓴 거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응급 의학 이슈나 의료 현장 문제등 공공 건강을 해치는 이슈들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로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다.
대중과 의학계를 잇는 사람이 되겠다.
”
-마지막으로 헬스조선 독자들에게 한 마디.
“이전에 헬스조선에 우리 몸에 대해 말하는 ‘남궁인의 몸을 읽다’를 연재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의학 정보에 임상 사례까지 더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흥미로운 책이니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
“몸은 정교한 우주와 비슷… 놀라운 치유력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