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위암을 극복한 박기철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해운대백병원 외과 오성진 교수./사진=해운대백병원 제공
고령 암 환자의 치료는 젊은 환자의 치료보다 소극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사람보다 동반질환이 많고 노화로 신체 기능이 떨어져 있는 등 고려사항이 많아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때도 있는데요. 박기철(73·경남 양산시)씨는 위암 진단을 받았지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담석증 등 여러 질환을 앓고 있고 인공 심박동기를 착용한 상태라 수술 불가능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맸고 해운대백병원 위암센터 외과 오성진 교수를 만났습니다.
박씨는 수술을 받고 건강한 삶을 되찾았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오성진 교수와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생사 오가며 만성질환과의 오랜 동행 박기철씨는 2002년부터 당뇨병, 고혈압 등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2018년 10월 새벽,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겪었습니다.
아들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이후 119 구급대가 도착해 자동심장충격기(AED)로 응급처치를 실시했습니다.
심장 마사지를 받는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처치 후 바로 응급실로 이송돼 의료진으로부터 “소생 가능성이 낮다”는 판정을 받는 등 약 2개월간 생사를 오갔습니다.
이후 심장내과·재활의학과와의 협진으로 극적으로 상태가 회복됐습니다.
그해 12월, 정기검진에서 전립선암이 발견됐지만 심실세동으로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심정지 사건 이후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방사선·호르몬 치료와 심장재활을 병행했고 2019년 7월 또 한 번의 심정지가 와 삽입형 심장 제세동기(ICD) 시술을 받았습니다.
삽입형 심장 제세동기는 갑자기 심정지가 올 수 있는 경우 이식되는 기계로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면 전류를 흘려보내 정상 리듬 회복을 돕습니다.
전립선암은 모든 치료를 마친 후 전이나 재발 없이 2023년 12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또 한 번의 암 진단과 수술 불가능 판정 이후 박기철씨는 당뇨 약, 혈압 약 등을 복용하며 국가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2024년 10월, 정기검진 이상 소견으로 위 내시경을 통해 다발성 위암을 진단받았습니다.
다발성 위암은 두 군데 이상 동시에 종양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위 상부와 하부 위각(위 몸통과 아랫부분 사이에 꺾이는 지점) 부위에 걸쳐 2.5cm 크기 종양이 산발적으로 퍼져있었습니다.
상부는 궤양과 출혈이 동반된 상태, 하부는 위각부터 전정부 아래쪽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군데군데 퍼져 있었습니다.
생명을 건 고난도 수술, 되찾은 건강 이미 앓고 있는 질환이 많았던 박기철씨는 두 번째 암 진단도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박씨는 “나이가 많아서 주변에 암 환자들이 많았고 위암으로 절제수술을 받았던 지인들도 있어 위암이라는 병이 생소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진을 받은 병원에서 수술 불가 판정을 받았을 때는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장 기능이 매우 저하된 데다가 담낭에 4cm 크기의 담석이 있어 마취조차 힘들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었습니다.
박씨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여겨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영정사진까지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운대백병원에 내원해 의료진에게 “저 좀 살려 달라”며 수술을 간청했습니다.
이때 지금의 주치의인 해운대백병원 외과 오성진 교수를 만났습니다.
박씨의 상태를 검토한 오성진 교수는 위 전체를 절제하는 근치적 위전절제술과 담낭절제술 동시 집도를 결정합니다.
그는 “이전에도 고령의 중증 환자를 수술해 본 경험이 있어 박씨를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여러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임에도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의지가 강해 수술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고령 위암 수술은 환자의 전신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오성진 교수는 “특히 심장이나 폐·간·신장 등 신체 기능의 핵심인 바이탈 장기의 기능이 수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박기철씨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으로 전신상태가 매우 불량했고 인공 심장박동기까지 착용한 고위험 환자였다”고 말했습니다.
심실세동으로 항혈전제를 장기간 복용해 수술 중 출혈, 염증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당뇨병에 의해 상처 회복력이 낮았습니다.
종양이 위 전체에 걸쳐 있고 4cm 크기의 담석을 동시에 제거해야 해 수술이 평균 네 시간 소요되는 고난도 수술입니다.
다행히 수술이 2시간 15분 만에 빠르게 끝났습니다.
오성진 교수는 그동안의 고난도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위 전체와 주요 림프절을 제거한 뒤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과 담낭 절제술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그는 “수술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에 무리가 가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수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심장내과 등과 철저한 사전 준비 및 협진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수술 후 합병증이나 후유증 없이 빠르게 회복해 3주 만에 퇴원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매달 정기검진을 받고 있으며 모든 결과가 이상 없이 양호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박기철씨> 박기철씨./사진=해운대백병원 제공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생산직에서 오래 일하다가 사원 표창까지 받았고 60세 이후로는 나이가 있어 은퇴했습니다.
집이 대운산 자락에 위치해 바깥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활동량이 꽤 됩니다.
건강관리랍시고 특별히 무언가를 더 실천하기보다 일상에서 틈틈이 건강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중교통을 탈 때는 항상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걷고 승강기 대신 계단 사용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 장소로 올 때도 교수님과 함께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 -아직 완치 전인데, 불안이나 두려운 마음은 없나요?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여동생이 대장암을 겪는 등 주변에 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각종 질환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암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한 마음이 들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내 몸은 내가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꾸준히 국가건강검진을 받고 검진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전립선암 검진은 매년 혈액검사를 추가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빠른 치료를 통해 회복할 수 있어서 의료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암이든 다른 질환이든 이 병과 동행한다고 생각하며 좌절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치료만 받을 수 있다면 이겨내는 건 제 몫이니 두렵지 않습니다.
” -수차례의 건강 위기를 겪으셨는데 이겨낼 수 있던 비결은? “아플 때마다 옆에서 힘이 돼 주었던 가족들과 다들 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도맡아준 오성진 교수님이 큰 힘이 됐습니다.
삶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겨왔지만 특히 이번 위암 수술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치료 자체를 거부당하니 ‘내가 아무리 살고 싶다 한들 내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운대백병원에 왔는데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다행히 오성진 교수님을 만나 수술을 빠르고 안전하게 끝내겠다는 자신감으로 제게 믿음을 주셨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금세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장 기능이 너무 안 좋은 상태에서 진행한 수술이었기 때문에 걱정하는 가족들한테 혹시 내가 잘못되더라도 의료진이나 병원 탓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걱정이 무색하게 수술이 잘 끝나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신뢰도도 높아져 저희 가족 모두가 해운대백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양산에 거주 중이라 병원까지 거리가 좀 되는데도 번거로움을 감수할 정도로 해운대백병원의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 -위암 수술 후 식사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아내가 해운대백병원 영양사 선생님께 위암 수술 후 식사에 대한 자료를 직접 받아온 덕분에 그 내용을 토대로 식단을 짭니다.
수술 직후에는 죽으로 시작해서 차차 섭취량, 점도를 늘려가며 지금은 밥을 먹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오성진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식사 원칙인 ‘오래 식사하고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먹어도 되는 음식인지 모를 때는 오늘처럼 직접 종이에 적어 교수님께 여쭙습니다.
매일 두 끼는 꼭 챙겨먹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암에 걸렸다고 해서 두려워하는 등 저자세를 취하지 말고 병과 함께 동행한다는 생각을 가지세요.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병으로 인한 좌절감을 이겨내는 게 우선입니다.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임하면 못 이겨낼 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오성진 교수> 해운대백병원 위암센터 외과 오성진 교수./사진=해운대백병원 제공 -현재 박기철씨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박기철씨는 위전절제술 시 위와 담낭(쓸개)을 함께 절제한 상태입니다.
수술 전보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상태일 텐데도 수술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식사 관리를 하셨습니다.
제가 수술한 환자 중에서도 고령인데다가 여러 내과적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였지만 치료 의지가 강하고 적극적·긍정적으로 임한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오늘 검사 결과에서도 빈혈 등 기타 합병증이 없고 영양상태 등이 매우 양호한 상태로 나왔습니다.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재발, 전이 없이 완치까지 다다르리라 믿습니다.
” -박기철씨가 지금처럼 건강한 상태를 되찾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박기철씨는 수술 전부터 치료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해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하셨습니다.
수술 당시에는 바이탈 장기인 심장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 난도가 높았지만 박씨처럼 주요 장기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다학제 진료를 통해 체계적인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하는데요. 여러 진료 과가 함께 긴밀하게 협업해 안전한 수술을 준비하고 환자 본인의 의지가 더해진 결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힘든 치료를 잘 견디고 무사히 퇴원하는 환자를 보면 훈장이나 메달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수술은 외과 의사가 하지만 회복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해나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국내 위암 치료 현황은? “우리나라 위암 치료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까지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암 발병률이 높은 편인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암 발병률 세계 1위였다가 현재는 3위로 떨어졌지만 아직도 ‘위암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발병률이 높습니다.
짜게 먹는 식습관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률이 높은 점이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를 고려해 최근 소화기내과 팀과 함께 위암 수술 이후 남은 위에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어느 정도인지와 항생제 내성균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위암 치료는 표준화가 잘 되어 있어 위암 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의 치료 성적, 방법이 거의 비슷합니다.
현재는 최소 침습수술인 복강경과 로봇 수술을 주로 시행합니다.
저는 3D 복강경 시스템을 주로 사용하는데 기존의 2D 복강경 시스템보다 시야가 입체적으로 보여 혈관이나 주변 림프절 제거가 필요한 위암 수술에서 훨씬 효과적입니다.
2D 복강경, 3D 복강경, 로봇 수술 간의 차이와 효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치료 예후를 개선하면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 -위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암 치료 방법은 매우 발전해 왔습니다.
수술적인 치료는 물론 항암제 등 약제, 더 나아가 영양제 등도 많이 개발돼 이전보다 위암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고령이라든지 혹은 전신상태가 안 좋다고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박기철씨처럼 적극적으로 위암을 치료하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길 바랍니다.
수술을 받은 뒤에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면역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잘 받으신다면 재발 등의 위험에 대해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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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살아야겠다’는 의지와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만든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