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등록까지 1주일, 1당의 대선후보 ‘사법 리스크’가 사법부의 전례 없는 재판 속도와 그에 맞선 1당의 전례 없는 사법부 공격으로 번져가고 있다.
자칫 대선 이후까지 양측의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한 다음날인 2일 사건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달했고 서울고법은 곧바로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재판부는 이달 15일 오후 2시를 공판기일로 정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2일부터인 걸 감안한 듯, 재판부는 이 후보 측에 소송기록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함께 발송했다.
동시에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집행관에 인편 송달을 요청하는 촉탁서도 보냈다.
인천지법은 이 후보의 자택 주소지를, 서울남부지법은 민주당과 국회가 있는 여의도 일대를 관할하는 법원이다.
통상 폐문 부재 등으로 우편 송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편 송달을 요청하는데, 이번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신속하게 재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평가했다.
만일 6·3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에서 이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100만원 이상 벌금형)되면, 설령 이 후보의 재항고로 형 확정이 대선 이후로 미뤄지더라도 대선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정치적 판결이자, 대법원에 의한 사법쿠데타이자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은 “내란 종식을 위한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도 대법원장이 쥐고 흔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소속 의원들은 사실상 이 후보에 대한 재판을 정지시키고, 중도·보수 우위의 대법원을 희석하고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3종 법안을 상정하거나 발의했고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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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파기환송 다음날 ‘형소법 개정안’ 법사위 상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접경지 경청투어 중 강원도 화천군 공영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가장 논란이 되는 건 대통령 당선인의 형사 재판을 임기 중엔 중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기습 상정한 뒤 법안소위로 넘긴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통과되면, 죄를 짓고도 대통령만 되면 재판도 피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며 반발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이날 대표 발의한 개정안(형사소송법 306조 6항)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 시점은 ‘공포한 날’(부칙 1조)로 명시했으며, 부칙 2조엔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임기 종료 전까진 관련 재판을 중단시키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현재 5개(공직선거법·위증교사·대장동 개발 비리·성남FC 불법 후원금·쌍방울 대북송금)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앞서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며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논란 자체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서 입법 조치까지 바로 할 생각”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놓고 국민의힘에선 “셀프 사면”(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 주진우 의원은 “아부도 좋지만, 국민의 뜻을 떠받들어야 할 국회의원이 이재명 한 명을 위한 법을 막 만들어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학계에서도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최고법인 헌법을 하위법인 법률로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대환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의 불명확한 점을 구체화하는 법은 위임 규정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또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한다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대로 법 개정이 된다면 새로 충원될 16명의 대법관은 국회, 즉 민주당이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번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상고심에서 드러난 중도보수 10명, 진보 2명의 구도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정진욱 의원도 7일 법원의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현행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단체 등의 권력적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를 대상으로 해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제외되지만 이를 포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날 법사위에서 “어제의 판결로 ‘사법부도 썩었고, 사법개혁을 해야겠다’는 것이 국민적 요구로 분출할 것”이라며 “대법관 증원이나 대법원 판결이 위헌이냐 아니냐 하는 걸 헌법재판소로 보내는 것 모두 입법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선 판사 탄핵 가능성도 열어뒀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우리는 대법원 규탄과 각성을 외쳤지만, 사실은 탄핵하자고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10명의 사법쿠데타 대법관 탄핵해야 한다”며 “명백한 선거개입”이라고 썼다.
전날 유죄 취지의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을 모조리 탄핵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법원 vs 민주당, 환송심 대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