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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민주화운동 유공자 확대 논란
전북이 추진하고 있는 동학 유족 보상 추진도 ‘뜨거운 감자’다.
전북은 지난해 9월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내년 1월부터 동학운동 참여자 직계 후손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전북도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한 자녀·손자녀·증손 자녀까지 합치면 915명(6월 기준)으로 연 10억9800만원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전북도청 측은 역사적 정의 실현과 그동안 보상이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현행 대한민국 보훈법으로는 동학 관계자와 유족들을 보훈 대상에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하지만, 과거 왕조 시대 벌어진 역사적 사건 관련자를 대한민국에서 보상한다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가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전북은 17개 광역단체 중 ‘6·25 전쟁 참전수당’ 평균이 13만2000원(도 부담 4만원)으로 전국 최하위다.
전국 평균(23만6000원)의 절반 수준이고, 가장 높은 충남(44만원)의 30
%
에 불과하다.
여기엔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탓도 있는데 23.5
%
로 광역단체 중 최하위다.
이런데도 추가 재정을 들여 동학 유족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건도 유족에 대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 전북 측이 내세우는 근거다.
1895년 일어난 을미의병 운동의 경우 의병 유족들에 대해 관련 행사 개최나 위문 활동 등으로 명예적 차원의 예우를 하다가 일부 유족에겐 수당(13만원) 지원도 시작했다.
을미의병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에 반발해 전국에서 일어났는데, 그중에서도 유인석이 주도한 제천 의병이 세력이 컸다.
다만, 이는 국가보훈부가 을미의병을 독립운동의 시작점으로 인정하고, 주요 인물들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해서다.
전북처럼 참여자 전원의 후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 독립전쟁이나 프랑스 혁명의 경우도 그 후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동학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면 다른 지역의 동학 후손은 물론이거니와 임진왜란, 병자호란, 홍경래의 난 등에 대해서도 지급해 달라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 과거 흑인 노예에 대한 보상운동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미국 정부가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이고 실제로도 보상까지 하지는 않았다”며 “조선을 계승하지 않은 대한민국이 재정을 들여 조선시대 사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공화국의 정신과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 임실군과 고창군 등에서는 동학 유족 수당 방침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실군과 고창군 관계자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동학 외 유족회 측에서도 수당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또, 동학농민운동은 다른 유공자와 달리 왜 고손자까지 줘야 하는지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형우 전북정읍시 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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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의 통화에서 “지원 대상자에 들어가는 증손자만 해도 대부분 70대다.
민주화 혁명의 시작점인데 120년 전부터 3대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고손까지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시·군은 인구 소멸위기가 심각하고, 공무원 봉급을 처리할 여력도 없을 만큼 어려운 실정”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그는 “수당을 받아서 좋다는 것보다는 이해와 인정을 해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수당을 준다 해도 받기 거부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했다.
재정자립 꼴찌 전북, 6·25 참전수당 최하위인데…동학까지 수당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