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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극과 극 문화 취향
'죽바클'의 복태(왼쪽)&한군 대표. 부부이자 '선과 영' 포크듀오 멤버이기도 하다.
[사진 죽바클] ‘선과 영’이라는 포크듀오로 활동하는 부부는 복태(박선영)와 한군(한겨레)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부부는 2022년 10월 정규 1집 ‘밤과 낮’을 발매하고, 이듬해 제20회 한국 대중음악 최우수 포크 음반과 노래를 수상했다.
그런데 요즘은 본업인 가수보다 ‘죽바클(죽음의 바느질 클럽)’ 활동으로 더 바쁘다.
2016년 태국의 치앙마이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른 핸드메이드 숍에서 바느질 스승인 엑(Eak)을 만나면서 시작된 변화다.
Q : 태국 치앙마이에서 바느질 스승을 만났다고요. A : “아이 옷이 너무 예뻐서 사 갖고 나오다가 숍 밖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엑을 발견했어요. 야외 카페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50일 된 아이를 어깨에 메고 바느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 모습에 끌려서 바느질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거절 당했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숍으로 계속 놀러 갔더니 자연스레 친구가 되면서 바느질을 배우게 됐죠.” 태국 치앙마이에 사는 소수민족에게 배운 바느질을 이용해 옷을 만들고, 기존 옷에 나만의 아트워크로 포인트를 준 '죽바클' 워크숍 작품. [사진 죽바클] Q : 스승께 배운 ‘치앙마이 바느질’이란 어떤 건가요. A : “태국 북부에 있는 치앙마이에는 고산지대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많아요. 그들이 하는 손바느질 기법을 우리는 ‘치앙마이 바느질’이라고 불러요.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바느질인데 멋진 옷이 되고, 아름다운 자수가 되는 과정에 완전히 빠져버렸죠. 스승님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살다가 이들 소수민족의 교육·인권을 위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환경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삶의 방식에 동화돼 바느질을 시작했다고 해요.” 태국 치앙마이에 사는 소수민족에게 배운 바느질을 이용해 옷을 만들고, 기존 옷에 나만의 아트워크로 포인트를 준 '죽바클' 워크숍 작품. [사진 죽바클]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지만 돈을 버는 생업이라 지칠 때가 있다.
세 아이의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에 때로는 쉴 곳도 필요했다.
복태씨는 “바느질을 하면 보호막 안에 들어온 것처럼 편안함을 느낀다”면서 “몰입도 가능하고, 아이들과 대화도 할 수 있고, 요가 수련을 할 때처럼 명상도 됐다”고 했다.
그렇게 복태씨가 치앙마이 바느질에 빠지고, 3년 후인 2019년에 남편 한군씨도 바느질을 배웠다.
이후 이들은 본격적으로 ‘죽바클’을 운영했다.
복태씨는 옷을 짓고, 한군씨는 수선작업과 스티칭 작업을 통해 아트워크 워크숍을 진행한다.
1년에 한 번씩 1~2월에는 치앙마이로 스승님을 만나러 가는 바느질 여행도 기획한다.
영감을 주는 근원지를 찾아가 에너지 충전도 하는 동시에 소수민족마다 다른 새로운 바느질 기법을 전수 받고, 절약하며 자급자족하는 그들의 삶의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다.
태국 치앙마이에 사는 소수민족에게 배운 바느질을 이용해 옷을 만들고, 기존 옷에 나만의 아트워크로 포인트를 준 '죽바클' 워크숍 작품. [사진 죽바클] Q : ‘죽바클(죽음의 바느질 클럽)’이라는 이름이 독특합니다.
A : “초창기 워크숍을 운영할 때는 참가자들 모두 열의에 가득 차서 한 번 바느질을 시작하면 옷 한 벌이 완성될 때까지 집에 안 갔어요.(웃음) 그러다 보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8시간씩 바느질에 몰두하는 게 기본이었죠. 어느 날 참가자 한 분이 일어나면서 ‘이거 완전 죽음이네’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우리 모임이 ‘죽바클’이 됐어요. 영어로는 ‘Deadly Sewing Club’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 ‘죽도록 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Deadly에는 ‘치명적’이라는 뜻도 있어요. 한 번 몰두하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만큼 치명적인 작업이라는 의미죠. 또 ‘바느질을 통해 마음속 번뇌를 죽이고 새로 태어나자’는 의미도 있어요. 실제로 바느질을 할 때는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의 번잡함도 사라지니까요.” 옷, 양말, 에코백 등의 구멍을 메우는 수선 작업. [사진 죽바클] Q : ‘죽바클’에는 젊은 세대도 많이 참여하나요. A : “직장인들이 올 수 있는 저녁반에는 젊은 세대가 많은데, 특히 이들은 수선 워크숍을 좋아해요. 구멍 난 양말이나 옷을 수선하는 게 기본인데, 스티칭으로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비닐봉투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도 하거든요. 젊은 친구들은 이 워크숍에서 옷이나 가방에 독특한 나만의 포인트를 만들죠. 단추 하나도 못 달던 사람들이 양말도 깁고, 에코백도 수선하고, 나만의 아트워크를 만들면서 만족감을 얻는 걸 보면 뿌듯하죠.” Q : ‘치앙마이 바느질’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 “기본은 아주 단순한 홈질(바늘땀을 위아래로 드문드문 성기게 꿰매는 바느질의 한 방법)인데, 이 단순한 기법으로 누구나 옷을 만들 수 있어요. 대부분 옷은 ‘사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바느질을 못해도 손을 움직이기만 하면 옷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삐뚤빼뚤해도 괜찮고, 촘촘하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손으로 만드는 옷이니 완벽하지 않아도 되죠. 자신만의 방법으로 유일한 ‘내 옷’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그렇게 바느질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겨요. 망설였던 일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바느질이 아닌 다른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죠. 한 땀 한 땀 실을 연결할 때처럼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스스로에게 말하는 거예요. ‘천천히 가도 돼’ ‘삐뚤삐뚤 가도 돼’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때로는 릴랙스 해도 돼’ ‘그래도 잘못 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걸 우리는 ‘치앙마이 정신’이라고 불러요.”
“바느질 시작하면 8시간, 자신감 얻고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