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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제1세션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APEC 2025 KOREA]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첫날인 31일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대답”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무역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가 같은 입장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힘을 합쳐 공동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장의 명칭인 ‘화백’을 언급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 정신”이라며 “조화와 화합으로 번영을 일궈낸 천년 고도 경주에서 함께 미래로 도약할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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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트럼프 없는 자리서 “진정한 다자주의 이행하자”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 앞서 참석자들을 직접 영접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가장 먼저 들어왔고, 이후 19개국 참석자들이 알파벳 역순으로 입장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지난달 29일 관세 협상을 타결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예정된 입장 시각보다 15분이 흐른 오전 10시2분쯤 도착했다.
이 대통령이 “환영합니다.
오는 길이 불편하진 않으셨냐”라고 말을 건네자, 시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답하며 “경주가 역사가 오래된 깊은 도시라고 알고 있다.
매우 아름답고 좋은 곳”이라고 답했다.
그러곤 이동 중 “황남빵이 맛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전날 “경주 맛을 즐기기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자기로 싸 전달한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설명했다.
둘의 만남은 이 대통령이 취임 뒤 시 주석과의 첫 대면인 데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자 중국이 반발한 직후인 만큼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의 지각이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1일 한·중 정상회담 전 ‘기선 제압’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외교부는 “후임 의장국에 대한 예우상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며 차량행렬 운영에 따른 시차로 일부 회원들간 몇분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일정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을 비판하는 무대로 활용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발전의 불안정·불확실 요인이 늘어가고 있다.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한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가야 한다”며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 이어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에선 “세계는 다자주의와 개방포용을 할 것인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로 갈 것인가라는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다자무역 체제를 확고히 수호하고 보호주의를 반대하고 세계가 정글 법칙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우리(미국)는 관세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이 아니다.
관세는 우리 동맹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역설한 것과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개회사 이후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를 주제로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를 주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세션에서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에 이어 각국 정상이 연설에 나섰다.
이들은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경제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갈라만찬 문화공연서 가수 지드래곤. [연합뉴스]
오후에는 이 대통령 부부가 경주 라한호텔에서 공식 환영 만찬을 열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차기 의장인 시 주석과 나란히 만찬장에 들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이 대통령은 네이비색 양복에 세 가지 색깔이 교차한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보라색 한복 차림이었다.
갈라만찬 문화공연서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참석자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신라(新羅)’라는 국호에는 ‘나날이 새롭게 사방을 아우른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2025년 APEC 경제 지도자들을 이곳 신라에서 만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또 “경주는 예로부터 세계와의 교류 속에서 고유한 문화를 꽃피운 도시로,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번영해야 할 APEC의 비전과 닮아 있다”라고도 했다.
이어 ‘만파식적’ 관련 설화를 언급한 뒤 “천년의 세월을 넘어 APEC 회원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만파식적의 선율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그 아름다운 화음이 아태 지역에 평화와 안정 그리고 새로운 번영을 안겨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차은우. [연합뉴스]
이날 군 복무 중인 배우 겸 가수 차은우가 만찬 사회를 맡았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남자 주인공(진우)의 실제 모델이라 섭외했다고 한다.
만찬 이후 공연에선 가수 지드래곤, 안무가 허니제이·리정 등이 참여했다.
이 대통령 “자유무역 변곡점…협력·연대가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