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나란히 앉아 지켜봤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 7시간 넘는 회담 이후 20여건에 달하는 양자 문서에 서명하고, 이날 붉은광장에 함께 입장하며 수시로 대화하는 등 남다른 연대를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대표단 5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푸틴은 열병식 행사가 끝나고 붉은광장에 도열해 있던 북한군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날 열병식에는 시 주식 외에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등 27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이 중 15명은 푸틴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이카 총리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반대에도 러시아를 방문했다.
결국 이날 열병식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따라 제재를 받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 행사가 됐다.
특히 시 주석과 나란히 하며 중국과의 연대를 과시할 수 있었다.
지난해 전승절에는 벨라루스·카자흐스탄·쿠바·기니비사우·라오스 등 소수 대표단만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진실과 정의는 우리 편”이라며 “온 나라 국민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이들을 지지한다”고 했다.
2차 대전 승리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중국인들을 비롯해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싸운 모든 이들의 투쟁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한 군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열병식이 끝난 뒤 북한 대표단을 별도로 만나 인사했다.
가장 먼저 만난 김영복 부총참모장에게는 “좋은 일들이 있기 바란다”고 말하며 두 팔을 뻗어 포옹했다.
김영복 부참모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선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에 파병돼 러시아군을 지원해 왔다.
열병식은 올레그 살류코프 러시아 육군 총사령관이 병력 1만1000명을 이끌고 붉은광장을 행진하며 본격 시작됐다.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드론(무인기)을 운용하는 부대도 눈에 띄었다.
드론 부대가 열병식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군인들이 붉은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집권 후 처음으로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 방문해 “위대한 조로(북러) 친선이 훌륭한 동맹적 기초 위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서방의 하수인들이 우리 형제 국가인 러시아 연방에 대한 공격을 또 감행한다면, 조로 조약의 제반조항과 정신에 따라 적들의 무력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주저없이 명령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60주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고, 70주년 행사에는 대통령 특사로 윤상현 의원이 참석한 바 있다.
러시아는 전승절을 계기로 3일 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이를 ‘게임’이라고 치부하며 거부했다.
시진핑과 밀착, 北대표와 포옹… 전승절 열병식서 연대 과시한 푸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