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프로비(Zegfrovy)’, EGFR 엑손 20 삽입변이 표적
디잘 파마. /회사 홈페이지
중국 디잘 파마슈티컬스(Dizal Pharmaceuticals)의 폐암 치료제 ‘젝프로비(Zegfrovy, 성분명 선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다.
2023년 중국에 이어 약 2년 만에 미국에서도 판매 길이 열린 것이다.
디잘은 지난 2일 젝프로비가 폐암 원인 유전자 EGFR 엑손 20 삽입변이(exon20ins)를 가진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폐암은 암세포가 작으면 소세포폐암, 크면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되는데, 비소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70~80%를 차지한다.
이번 승인 대상은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이후 암이 진행된 비소세포폐암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EGFR의 20번 엑손 부위에 돌연변이가 확인된 환자에만 이 치료제를 쓸 수 있다.
EGFR 엑손 20 삽입변이는 전체 EGFR 변이 중 세 번째로 흔한 유형으로, 구조가 복잡해 기존 EGFR 억제제에 대한 반응률이 낮았다.
이번 승인으로 젝프로비는 미국에서 EGFR 엑손 20 삽입변이를 표적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먹는(경구용) 표적 치료제가 됐다.
회사에 따르면, 젝프로비는 기존 폐암 치료제인 EGFR 억제제에 비해 더 넓은 돌연변이 범위를 겨냥한다.
앞서 FDA는 젝프로비를 우선 심사를 받을 수 있는 혁신 치료제로 지정한 바 있다.
FDA의 이번 가속 승인은 글로벌 임상 2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24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구두 발표됐다.
글로벌 임상 연구에 참여한 파시 얀네(Pasi A. Jänne) 미국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센터 박사는 “EGFR 엑손 20 삽입변이는 치료가 까다롭고 옵션도 제한적인 변이지만 젝프로비는 아시아와 비(非)아시아 환자 모두에게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며 “하루 한 번 복용으로 치료 편의성과 순응도도 뛰어나 만성질환 관리가 강조되는 폐암 치료 환경에서 특히 의미 있는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디잘은 확증 임상을 통해 젝프로비의 임상적 유의성을 입증해야 FDA 정식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회사는 EGFR 엑손 20 삽입변이 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젝프로비를 확대 적용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젝프로비는 암이 줄어든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RR)’은 78.6%, 병이 더 악화되지 않고 유지된 평균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 생존기간(mPFS)’은 12.4개월이었다.
장 샤오린 디잘 공동 창업자 겸 CEO는 “EGFR 엑손 20 삽입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들은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젝프로비는 새 대안을 제공한다”며 “이번 FDA 승인은 전 세계 환자들을 위한 혁신 신약 개발이라는 디잘의 사명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의미 있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디잘은 2017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중국의 미래산업투자기금(FIIF)이 전략적 합작 투자를 통해 중국 상하이에 설립한 회사다.
장 샤오린 CEO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중국 R&D 센터인 ‘이노베이션센터차이나(ICC)’의 책임을 지냈다.
한편,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디잘의 젝프로비는 모두 EGFR 돌연변이를 표적하는 경구용 항암제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표적하는 세부 돌연변이 유형과 치료제를 쓸 수 있는 환자군이 서로 다르다.
중국 디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美 FDA 승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