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의 땅' 다음 달 국내 출간
8월 27일 '키메라의 시대' 낭독자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일 한국 언론과 온라인 화상 간담회를 열고 있다.
뒷편 서재에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퀸의 대각선' 등 한국어 번역서가 꽂혀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저는 이야기꾼인데 컴퓨터 앞에서 글을 쓰다 보면 독자 반응을 바로 볼 수 없어 늘 아쉬웠습니다.
한국 관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번 프로젝트에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
한국 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4)가 다음 달 새 책과 함께 한국을 찾는다.
1994년 첫 방한 이후 벌써 열 번째 방문이지만, 이번은 조금 특별하다.
독자와의 만남 외에 클래식 음악 연주회의 낭독자로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다음 달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리는 '키메라의 시대: 신인류의 상상적 미래'에서다.
베르베르는 국내 출간을 앞둔 자신의 신작 ‘키메라의 땅’을 재창작해 낭독하고,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가 김택수의 '키메라 모음곡'을 연주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베르베르는 "번역을 통해 변형이 일어나는 글만 보는 것보다 언어의 장벽이 없는 음악이 같이 있을 때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며 "프랑스에는 낭독회가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르베르는 피아노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클래식 음악에 둘러싸여 살았다.
11세 때 비발디의 피콜로 협주곡을 듣고 피콜로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위대한 예술 작품을 눈으로 접하는 순간 강한 정신적 충격을 느끼는 "'스탕달 신드롬' 수준의 전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김택수 작곡가의 작업에 대해서는 "완성본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영화음악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음악이 하나의 문장이 되어 문장과 문장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객들도 김택수 작곡가의 음악에서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키메라의 땅’을 쓸 때 바흐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바흐는 작품 속에도 등장한다.
김택수 작곡가.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인간과 동물 혼종이 등장하는 '키메라의 땅'
'키메라의 땅' 프랑스어판 표지.
공연의 모티브가 된 '키메라의 땅'은 프랑스에서 2023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그의 전작들이 그렇듯 미래를 예측하는 소설이다.
가까운 미래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뒤 인류 생존이 형태 변화에 달려 있다고 믿는 젊은 과학자가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뒤섞인 새로운 존재(키메라)를 창조하는 이야기다.
베르베르는 "지금과 같은 폭력과 두려움을 반복하지 않는 신인류가 필요하다"며 "겉모습이 아니라 의식 상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기자들과 첫인사를 나누며 "태양에서 세 번째 떨어진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다"며 "여행과 창작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책으로 독자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그것이 계속 퍼져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아요. 제 책이 더 나은 인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을 뜻하는 '힉엣눙크!'는 새로운 창작과 혁신적 시도에 초점을 맞춘 음악 축제로 8월 22일~9월 5일 열린다.
베르베르의 무대는 서울 외에 대전·광주·세종·부산·대구에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