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김씨와 박창욱 경북도의원 영장심사
건진에 "은행장·부행장 자리 챙겨달라" 문자
지선에서 "큰 거 1장" 경북도의원 공천 부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강예진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64)씨에게 2022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부탁한 브로커 김모씨가 금융권 인사와 경찰·검찰 인사 등에도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김씨는 전씨에게 골프장 라운딩 시간까지 부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두 사람이 부적절한 거래를 주고받았다고 보고, 김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를 청구했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전씨에게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명단 추천뿐 아니라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서도 수차례 청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KDB산업은행 인사의 명함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며 "기업금융부문장 부행장 자리를 가면 된다"고 얘기하고 "IBK 은행장 000이 복귀하도록 챙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씨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자 김씨는 재촉하는 의미로 "받들어 총! 은혜가 하늘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전씨가 대한체육회 고위인사와 친분이 깊다는 것을 알고, 골프장 예약에 힘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씨는 "태광그룹 □□□이 △△△와 친하다”며 "태광 골프장 (좋은 시간) 예약으로 분부해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김씨는 전씨에게 윤 전 대통령 당선 뒤 인수위에 들어갈 명단을 추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지 나흘 뒤인 2022년 3월 14일, 김씨는 전씨에게 '윤석열 인수위 경제분과 간사에 최상목 농협대 총장 내정'이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보내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최상목은) 선대위에서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룹과의 가교 역할도 고문님과 확실히 할 사람이 강석훈"이라며 "(강석훈 전 의원을) 인수위에 넣고 품에 보듬으셔야 한다"는 취지로 보냈다.
전씨는 이에 대해 답장하지 않았다.
김씨의 청탁이 계속되자, 전씨는 4월 초 김건희 여사 측에 강 전 의원 추천 문자를 전달했다.
전씨는 김씨에게 "'강석훈 교수가 실력도 있고 충성심도 있어. (박근혜 정부) 경제수석 경험도 있으니 경제수석으로 쓰면 좋을 거야'라고 여사에게 보내 추천하라고 했어요. 별도로 인사 검증팀에도 보낼게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김씨는 이에 "감사합니다.
확실하게 보필하게 하겠습니다.
천거가 아니라 경제수석 만들어 주머니에 넣어 놓으셔야 합니다.
은혜를 하늘에 이고 살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전씨는 "당선인이 인정하고 귀하게 쓰신다고 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전씨 역시 김씨에게 인사청탁 메시지를 보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씨가 부탁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씨 역시 김씨에게 한두 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000를 하나로 유통 사장으로 부탁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김씨에게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다만 두 사람이 인사 청탁 대상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연락을 주고받은 건지, 청탁 내용이 김건희 여사 측에 실제로 전달됐는지는 향후 특검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김씨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박창욱 경북도의원 후보로부터 전씨에게 전달할 1억 원을 받아 전달하면서 공천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의원 측은 "일체 지급한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특검팀은 해당 1억 원이 실제로 건네졌다고 보고 박 의원 등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의 금품을 받은 사람이 정치자금법상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 점, 광범위한 압수수색 및 다수 관련자들 조사를 통해 확보된 증거, 수사진행 경과, 가족 및 사회적 유대관계, 수사기관 및 심문 과정에서의 출석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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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브로커, 건진법사에 "은행장 자리 챙겨달라" "골프장 좋은 시간 앙청"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