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의 혁신적 운행 경험
전환 피해에 대한 보상 필요
미래 혁신 시행착오 줄여야
운전석이 텅 빈 웨이모(Waymo)에 올라타면서, 새로운 세상에 들어선 기분을 느꼈다.
앱으로 호출한 이 무인 자율주행차는 지붕 위 스크린에 내 이름을 띄워 놓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복잡한 도로를 빠져나가는 동안 운전대가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은 볼수록 신기했다.
탑승 전의 막연한 불안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마트폰을 연동해 내가 원하는 음악도 들을 수 있었다.
목적지 도착 후 환송인사를 받으며 내릴 때, 이른바 '하차감'까지 누렸다.
이 경험은 자율주행이 더 이상 '언제 올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임을 깨닫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한국에선 '타다' 사건처럼 갈등이 컸는데, 미국에선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또한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10여 년 전 우버(Uber)가 뉴욕을 휩쓸었을 때 큰 파장이 있었다.
평생 모은 돈으로 구입한 '택시 면허'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폭락하며 수많은 기사의 파산과 일부의 극단적 선택을 가져왔다.
뉴욕시는 결국 차량 총량제와 최저 수입 보장제를 도입하고, 기사들의 부채 탕감 프로그램까지 마련해야 했다.
혁신의 대가치고는 큰 고통이 따랐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도 갈등의 한복판에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웨이모의 24시간 운행을 허가했지만, 시 당국과 운송 노조는 안전과 일자리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이를 단순한 '혁신 거부'로 치부할 수는 없다.
기술 변화의 속도를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하자는 정당한 요구이기도 하다.
우리도 뼈아픈 기억이 있다.
2019년 '타다'는 혁신적인 승차 경험으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택시 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대신 '타다 금지법'으로 문제를 봉합했다.
혁신도, 기존 산업도 모두 패자가 된 최악의 결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는 심야 택시난 해소를 명분으로 자율주행 택시가 시범 운행 중이다.
한때 거부했던 미래가 다른 옷을 입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타다' 사례는 명확한 교훈을 준다.
기술 진보를 막으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지만, 준비 없는 수용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답은 의외로 단순해 보인다.
우선, 전환기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뉴욕이 택시 기사들의 부채를 탕감한 것처럼, 우리도 업종 전환 지원금이나 재교육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단계적 도입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무작정 막거나 허용하는 양극단을 피하고, 시범 운영 지역과 시간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중재자로서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기술 혁신의 혜택이 소수 기업에 독점되지 않게 하면서, 기존 종사자들이 새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확보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웨이모 체험 후 확신했다.
이 편리한 미래는 결국 우리 일상이 될 것이라고. 알파고가 바둑의 '판'을 바꿨듯이, 도로 위 대중교통체계의 '판' 또한 알고리즘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다.
신분당선처럼 변수 적은 지하철은 이미 무인체계로 운영되듯, 변화의 방향은 또렷하다.
다만 시행착오를 피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혁신의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를 만들어 '먼저 온 미래'가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 공동체에 던져진 숙제다.
김경달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겸임교수
웨이모와 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