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코모레토 네덜란드 AMOLF연구소 연구원(왼쪽)과 동료들이 개발한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AMOLF연구소 제공.
인공 뇌나 전자장치 없이 걷고 뛰고 수영까지 할 수 있는 소프트 로봇이 개발됐다.
튜브(관), 공기, 역학 이론만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역학은 물체의 운동 법칙을 연구하는 물리학 분야다.
알베르토 코모레토 네덜란드 원자·분자물리학연구소(AMOLF) 연구원 연구팀은 소프트웨어와 센서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은 튜브로 만들어진 다수의 다리를 갖고 있다.
다리에 공기가 주입되면 다리들이 진동하며 무작위로 흔들린다.
다리들은 각자 움직일 수 있지만 지면과 같은 마찰이 있는 환경에 동시에 닿으면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설계됐다.
다리들이 서로 자극을 주면서 동기화가 일어나면 로봇 다리들은 무작위가 아닌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연구팀은 “코드를 입력하지도 않았고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지만 다리는 저절로 동기화되며 혼돈에서 질서로 변화했다”며 “반딧불이 동시에 깜빡이거나 심장 세포가 일제히 뛰듯 단순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집단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된 소프트 로봇은 구조가 단순하지만 기존 소프트 로봇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초당 자신의 몸길이 30배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장애물에 부딪히면 스스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고 육지에서 물로 이동할 때는 깡충 뛰는 움직임에서 수영하는 움직임으로 저절로 바뀐다.
연구팀은 중앙처리장치가 없어도 로봇의 몸과 환경이 긴밀히 결합하면 일관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에 사는 불가사리가 중앙처리장치인 뇌 없이 관족(발)의 동기화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로봇을 움직이려면 복잡한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기존 생각에 도전장을 내민다.
연구팀은 “튜브와 같은 단순한 물체가 일으키는 물리학 개념을 활용해 복잡하면서 기능적인 로봇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며 “제대로 설계하면 기계를 넘어 생물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스마트 알약부터 우주 기술까지 다양한 응용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장치 없이 체내로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 알약은 안전성을 높일 수 있고 전자장치가 고장나기 쉬운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는 소프트웨어 등에 의존하지 않는 로봇이 필요하다.
뇌·센서 없어도 장애물 넘고 헤엄치는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