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에 손상 줘 환자 예후에 악영향"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녹농균을 나타낸 이미지. 위키미디어 제공
의료기관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원균이 생분해성 의료용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 표면에서 더욱 활성화되며 의료기기를 훼손하거나 병원 내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넌 매카시 영국 브루넬대 교수 연구팀은 병원 감염을 유발하는 병원균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서 'pap1'이란 효소를 확인했다.
pap1 효소는 생분해성 의료용 소재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CL)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에 8일(현지시간) 게재됐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는 대부분 자연 환경 중 미생물에서만 발견됐다.
이번 연구에선 병원균도 자연 미생물과 같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매카시 교수는 “병원 내에서 오래 살아남는 병원균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을 지녔다면 봉합사나 임플란트, 스텐트, 상처 드레싱 등 플라스틱 기반 의료기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환자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녹농균에 포함된 pap1 효소의 유전자를 대장균(E.coli)에 삽입해 효소를 발현시킨 뒤 대장균이 PCL로 만든 플라스틱 물질을 분해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pap1 유전자를 제거한 녹농균은 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했다.
pap1 효소가 플라스틱 분해 능력에 관여하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녹농균은 플라스틱과 만났을 때 분해 능력이 더욱 향상됐다.
pap1 효소는 플라스틱 표면에서 존재할 때 형성하는 생물막(biofilm)의 양이 유리 표면에서보다 많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생물막은 항생제 저항성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감염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나방 유충에 녹농균을 감염시킨 실험에선 플라스틱과 만났을 때 병원균의 독성이 더 높아진다는 결과도 확인됐다.
감염된 나방 유충은 건강한 유충 개체보다 빠르게 죽었다.
pap1 효소 유전자를 제거한 녹농균을 사용한 경우에는 이식체 유무와 관계없이 나방 유충 생존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른 병원균에서도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d41586-025-01412-5
의료용 플라스틱 분해하는 병원균 첫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