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8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대성전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8일(현지시간)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됐다.
사상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이 탄생한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차기 교황 예측은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AI를 활용해 차기 교황을 예측한 연구논문을 소개했다.
알베르토 안토니오니 스페인 마드리드 카를로스3세대 수학과 교수팀이 6일(현지시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한 내용이다.
교황 선출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공개로 투표하는 '콘클라베'를 통해 진행된다.
전체 추기경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투표 결과로 새 교황이 선출될 경우 시스티나 성당 지붕 위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투표 후 선출이 되지 않은 경우 검은 연기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 133명의 이데올로기적 입장을 분석한 AI 알고리즘으로 차기 교황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지난 5세기 동안 기록된 주교들의 계보와 그들이 임명한 후계자들의 기록을 기반으로 AI를 훈련시켰다.
주교나 교황이 새로운 주교를 임명하거나 추기경 승급 결정을 내릴 때 이데올로기가 일치하는 정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후 올해 교황 선출에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4가지 주제가 선정됐다.
동성 커플에 대한 태도, 국제 이주와 빈곤, 가톨릭과 다른 종교 사이의 소통, 바티칸 외 지역 가톨릭 지도자들의 자율성과 권한이다.
연구팀은 추기경들의 공개 발언을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각 주제에 대한 추기경의 진보적·보수적 입장을 판단하도록 하고 이데올로기 유사성에 따라 분류했다.
가상의 콘클라베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8~9차 투표가 진행된 후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유력 후보는 중도파인 스티븐 브리스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추기경이었다.
각 주제의 중요도를 조정하면 결과는 달라졌다.
국제 이주와 빈곤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경우 가장 유력한 승자는 이탈리아의 마태오 주피 대주교였다.
교황으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네 가지 주제에서 모두 중도에 가까웠다.
연구팀은 예측이 빗나간 이유로 데이터 부족을 꼽았다.
대통령 등 일반적인 선거 과정에서는 기사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후보자의 발언 등 많은 데이터가 생성된다.
콘클라베는 여론 조사나 예비 선거가 없고 후보자들은 투표 내용을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다.
콘클라베에서는 발생하는 데이터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들이 바티칸 숙소에 격리돼 밤마다 대화를 나누는 등 일반적인 투표 과정과 형태가 다르다는 점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콘클라베 과정이 진행될 때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역사적 데이터는 부족한 상황이다.
교황 후보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빗나간 예측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학자들은 특정 주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을 분류하는 이번 접근 방식이 교황 선출 외 다른 선거 예측에 유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재미있고 자극적인 실험이었다"며 "동료 연구자들이 흥미로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교황 선출은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7일 만으로 5월 7일(현지시간) 시작된 콘클라베 이틀째,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참고 자료> - arxiv.org/abs/2505.01553
인공지능의 차기 교황 예측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