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연, 펄스 기술 자체 개발
다양한 형태의 펄스(왼쪽)를 발생시킬 수 있는 KERI '바이어스용 맞춤형 펄스 전원장치(오른쪽)'. 전기연 제공
반도체 초정밀 공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이 개발됐다.
펄스 전원 기술은 매우 짧고 강한 전압·전류를 짧은 구간인 '펄스' 형태로 공급하는 전원 장치 기술을 가리킨다.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은 장성록 전기물리연구센터장(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반도체의 초정밀 공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바이어스용 맞춤형 펄스 전원(Tailored Pulse Power modulator for bias)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바이어스 장치는 플라즈마 내부의 이온이 반도체 웨이퍼에 세게 충돌할 수 있도록 끌어당기는 힘(전압)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표면을 깎고, 오염물을 씻고, 얇은 박막을 균일하고 단단하게 눌러주는 공정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바이어스 전압을 공급하기 위해 ‘고주파(RF) 전원’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파형이 단순하게 위와 아래로만 계속 바뀌어 미세 공정에서 정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복잡한 공정에서도 맞춤형으로 바이어스 전압을 공급할 수 있는 펄스 전원이 주목받고 있다.
펄스 전원은 오랜 시간 낮은 전력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높은 전력으로 순간 방전하는 기술이다.
펄스의 힘을 잘 조절하면 반도체 기판을 원하는 만큼 좁고 깊게 깎을 수 있어 다양한 공정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일반 펄스 전원 장치는 높은 전력을 순간 방전하는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매우 크다.
특히 맞춤형 바이어스용으로는 2.5㎲(25만분의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수 킬로볼트(kV)에 이르는 펄스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면서 초당 40만 번의 높은 주파수(400kHz)로 전력을 방전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더 요구됐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도 해당 기술을 상용화한 곳을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연은 반도체 공정 바이어스용 펄스 전원 국산화에 나섰다.
먼저 장 연구원팀은 펄스를 내보낼 때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소프트 스위칭(soft switching)’이라는 기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스위치의 전압(V)이나 전류(I)가 0에 가까운 지점에서 스위칭 될 수 있게 고안돼 소자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전력 손실을 무려 78% 이상 저감시켜주는 기법이다.
발열 문제도 해결해 전원 장치의 규모 축소와 전력 밀도 상승, 수명 증가에도 기여한다.
연구팀은 △컴팩트하고 세밀한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울어진 선(line) 형태의 ‘경사형’ 방식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모양을 구현하는 ‘계단형’ 방식까지 2가지를 모두 보유한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한 펄스 전원은 반도체 공정은 물론, 환경, 국방, 의료 등 펄스 전원이 필요한 산업에 적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개발한 기술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의 플라즈마장비지능화 융합연구단과 협력해 반도체 공정이 진행되는 챔버에서 실증을 거쳤다.
연구팀은 맞춤형 펄스 전원만이 갖는 독특한 파형을 관측하며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연은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과 핵융합연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제 식각 및 세정 장비에 맞춤형 펄스 전원을 적용해 기술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장 연구원은 “맞춤형 펄스 전원을 이용한 공정 혁신은 반도체의 성능을 크게 높일 것이고 일상 전자기기를 더욱 작고, 빠르고, 오래 가도록 만들 것이다”며 “펄스 전원이 없어서 차세대 공정으로의 진입이 어려운 기업에게 우리의 기술이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기연은 산학연 협력 및 기술이전 등을 통해 차세대 산업 공정에서 맞춤형 펄스 전원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고전력 순간 방전해 반도체 초정밀 공정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