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7억, 대출은 6억 한도…자금력 없인 진입 불가
분양도 전세도 막혀…무주택자들 어디로 가나
강남권과 '마·용·성' 한강벨트를 정조준한 쇼크 요법. 6월27일 전격 발표된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하 6·27 대책)을 보고 든 생각이다.
이들 지역은 상급지 갈아타기와 똘똘한 한 채 바람이 불면서 수요자가 대거 몰린 지역으로 집값 급등의 진앙지다.
정부는 이곳을 겨냥한 메가톤급 대출 규제책을 내놓아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
  대책의 핵심은 소득이나 주택가격에 관계없이 집을 살 때 6억원 이상 빌리지 못하고 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의 고가주택 수요를 급랭시키는 효과가 있다.
가령 연봉 2억원 회사원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면 종전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13억9600만을 빌릴 수 있었으나 이제는 6억원에 그친다.
7억9600만원(57%)이나 줄어든다.
6·27 대책을 놓고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 금지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대출 규제를 비롯한 수요 조절책은 단기 처방이므로 무주택자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공급 확대 카드를 곧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월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한강벨트 타깃…고가 아파트 매수심리 급랭 이번 고강도 대책으로 강남권과 '마·용·성' 한강벨트 등 블루칩 아파트 시장은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충격파에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급매물이 나오고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 격언에 정부에 맞서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시점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추가 카드를 꺼낼 것이다.
또 2026년 5월까지 조정대상지역(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가 유예되어 있으나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급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다주택자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이번 대책의 타깃이 고가주택이다 보니 수요자들의 관심은 중저가 주택으로 향한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가격이 7억7018만원이다.
중저가 아파트를 살 때는 이번 규제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반사이익을 얻긴 어렵다.
이번 대책에서 중저가 주택이라도 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의무거주'가 적용되는 데다 정책대출도 함께 줄어서다.
규제 무풍지대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갭투자보다는 상급지 갈아타기가 시장의 트렌드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지금은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이지만 대책 발표 후 한두 달쯤 지나면 중저가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 활기를 띠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대출 부담이 적는 데다 이미 전 고점(2021년 4분기) 시세를 돌파한 강남권과 용산구보다 회복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외곽 지역에는 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다.
하반기에는 인기 지역과의 갭 메우기 또는 순환매가 어느 정도 나타나지 않을까 전망된다.
지방은 6·27 대책을 적용받지 않는다.
더욱이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6개월 유예, 정부의 준공 후 미분양 양도세 혜택, 기준금리 인하, 공기업 이전 추진에 힘입어 다소 숨통이 트일 것 같다.
다만 전국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있는 데다 핵심 수요층인 젊은 인구 유출, 지역경제 침체 등을 감안할 때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녹록지 않다.
매물을 소화하면서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6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사진은 4월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연합뉴스 고분양가·전세대출 제한 겹쳐 문턱 더 높아져 6월28일 이후 수도권에서 입주자 모집공고가 난 신규 분양은 중도금 규제는 없으나 대신 잔금대출로 전환할 때만 6억원 한도를 적용한다.
문제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안 된다는 점이다.
입주 단지에선 집주인이 돈이 모자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대출받는데 앞으로는 이런 목적으로는 대출받을 수 없다.
이젠 자금력이 튼실하지 않은 젊은 층은 강남을 비롯한 인기 지역 청약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서울 지역에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4㎡) 아파트 분양가는 17억원을 넘는다.
대출한도 6억원을 빼면 11억원이 있어야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는 게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올 만하다.
청약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울과 수도권 일대 청약 경쟁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곽 소규모 단지에선 미분양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금조달 계획 없이 묻지마 청약하는 일은 위험하다.
자칫 청약통장만 날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전세시장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주담대 이용 시 거주 의무조치로 전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종전에는 전세 세입자를 들이고 후순위 대출을 받는 방법으로 적은 돈으로 갭투자를 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데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어 전세 유통 매물이 줄고 있다.
주담대 대출 문턱이 높아지니 매매가 아닌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할 때 매매가격이 정체되는 대신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아파트 전세가 비율(서울 지역 53%)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시장은 정반대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로 오히려 전세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신규 분양자로선 잔금을 납입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내지 않는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고분양가 지역일수록 녹록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입주 단지에선 보증금을 줄인 반전세나 반월세가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만큼 주택을 계약하기 전에 반드시 은행 창구에 들러 대출 가능 금액을 체크해야 한다.
덜컥 계약했다가 대출이 나오지 않아 낭패를 당할 수 있어서다.
또 규제 지역에선 금액과 관계없이 모든 주택, 비규제 지역에선 6억원을 넘어서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돈이 모자라 부모나 친인척 등에게 빌릴 수 있는데 편법 증여로 드러나면 나중에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할 때는 '선(先)매도 후(後)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갈아타기를 할 때 종전 주택 처분조건부 대출을 받는데, 6개월 이내에 팔지 않으면 대출금이 회수되고 3년간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된다.
거래가 많지 않은 비인기 지역에서 인기 지역,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나홀로에서 대단지 단지로 갈아타기를 할 때 이 원칙을 지키는 게 좋다.
  
강남은 남의 나라…청년, 청약 사다리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