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노출 쌓이면 세포 돌연변이…60대 이상 발병 급증
조기 발견하려면 '비대칭·경계·색·직경' 4가지를 체크하라
여름철에는 강한 자외선 노출로 피부질환이 늘어난다.
그중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피부암이다.
샤워나 옷을 갈아입을 때 새로 생긴 점을 발견했다면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모양이 비대칭이거나 테두리가 불규칙하고, 크기가 6mm 이상이거나 색이 일정하지 않다면 피부암을 의심할 수 있다.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
  피부암은 과거 '백인의 암'으로 여겨졌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이 피부암 진단을 받는다.
레이건, 클린턴 전 대통령도 피부암을 앓은 바 있다.
피부암이 특히 백인에게 흔한 이유는 피부의 멜라닌 색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멜라닌은 피부색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자외선은 피부 세포의 유전 물질(DNA)을 직간접적으로 손상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인은 백인보다 멜라닌 색소가 상대적으로 많아 피부암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피부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약 2만7000명이던 피부암 환자는 2023년 3만50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중 70% 이상이 60대 이상 노년층이다.
노년층에서 피부암이 많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자외선 노출의 '누적 효과'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평생 자외선에 노출된 총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피부 세포의 DNA 손상이 축적되면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외에도 방사선 노출, 면역 억제 상태, 만성 궤양, 비소 섭취 등도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freepik 한국인에게 흔한 기저세포암·편평세포암 피부암은 크게 악성 흑색종과 비흑색종으로 나뉜다.
악성 흑색종은 백인에게 흔한 피부암으로, 초기 진행이 느린 편이지만 림프절, 간, 폐 등으로 전이되는 치명적인 특성이 있다.
강한 자외선에 피부가 과도하게 노출되면 일광화상이 발생한다.
이는 피부 세포의 DNA에 급격한 손상을 일으켜 피부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여름철 피부를 검게 태우면 감기에 덜 걸린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 피부암 위험을 키우는 잘못된 행동이다.
또 기존에 있던 사마귀, 점, 주근깨 등 색소성 병변(모반)이 악성 흑색종과 관련돼 있다.
모반의 수가 많거나, 형태가 비대칭적이고 테두리가 불규칙하거나 색이 고르지 않다면 악성 흑색종 발병 위험이 커진다.
유전적 요인도 관여하므로, 가족 중 악성 흑색종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다면 가족 구성원도 정기적인 피부 검진이 권장된다.
  흑색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피부암을 '비흑색종'이라고 부른다.
비흑색종은 피부 깊숙이 침윤하지 않아 전이 위험이 낮고, 말기라도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물론 드물게 피부암이 뼈 등으로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 사례도 있다.
비흑색종에는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기저세포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피부암이다.
피부 표피의 기저층에 있는 기저세포에서 발생한다.
조성진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기저세포암은 대부분 얼굴에 발생하며, 검은색 혹은 흑갈색의 볼록한 병변 형태로 나타나거나 중심부가 함몰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간과하기 쉬우므로 의심 병변이 있다면 신속히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누적 자외선 노출량'이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햇빛이 강하지 않더라도 자외선에 자주, 오래 노출될수록 기저세포암 발생 위험은 커진다.
농부, 어부, 야외 작업자처럼 햇볕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군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또 위도가 낮아 적도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연중 자외선이 강하며,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대기층의 자외선 차단 효과가 줄어들어 피부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기저세포암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야외 활동 시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챙이 넓은 모자, 긴소매 옷, 선글라스 등을 착용해 햇볕을 가리는 생활습관이 바람직하다.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 20~30분 전에 바르고, 최대 2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더 자주 바르는 것이 좋다.
성인의 얼굴에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양이 적당하며, 기저세포암이 자주 생기는 얼굴, 손등, 귀, 두피, 눈꺼풀, 코주름 등에는 특히 꼼꼼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외출이나 야외 활동에는 SPF(자외선 차단 지수) 15~30의 제품으로 충분하지만, 자외선이 강한 계절이거나 장시간 햇빛에 노출될 경우에는 SPF 30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기저세포암 다음으로 한국인에게 흔한 피부암은 편평세포암이다.
이 역시 주요 원인은 자외선 노출이다.
특히 자외선으로 인해 생기는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 같은 전암성 병변(피부암 전 단계)에서 편평세포암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광선각화증은 장기간 햇빛에 노출된 부위에 생기는 병변으로, 피부에 편평하고 붉은 반점이 나타나거나 각질이 뿔처럼 튀어나오는 형태로 발현된다.
보웬병은 피부에 반점처럼 붉은 판 형태로 나타나며, 육안으로는 습진처럼 보이기도 해 감별이 필요하다.
조성진 교수는 "편평세포암이 초기에 붉은 반점처럼 보이지만 점점 병변이 두꺼워지면서 각질과 진물이 동반되고, 심해지면 궤양이나 흉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피부암 전 단계 병변이 모두 편평세포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오인해 치료를 미루면 편평세포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장기간 사라지지 않는 붉은 반점이나 각질성 병변이 있다면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freepik 조기 발견에 중요한 'ABCD 법칙' 피부암은 피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초기 병변은 단순한 피부 변화나 점처럼 보여 간과하기 쉽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변이 커지고 깊어지면 치료가 복잡해지고 예후도 나빠질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부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전신 자가 관찰법이다.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얼굴, 몸통, 엉덩이 등 앞뒤를 관찰하고, 팔을 들어 양쪽 옆구리, 팔과 손, 손톱까지 꼼꼼히 살핀다.
이후 의자에 앉아 다리, 발, 발톱을 확인하고, 손거울을 이용해 목 뒤쪽, 두피, 귓바퀴 등 잘 보이지 않는 부위도 관찰한다.
보기 어려운 부위는 가족이나 배우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동양인은 손가락과 발가락에 피부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손발톱 밑이 검게 변하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불규칙한 색상의 점처럼 보여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또 평소 자신의 몸에 있는 점이나 병변의 위치와 크기를 기억해 두는 것도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기존에 있던 점, 흉터, 광선각화증 같은 병변에서 피부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기 발견 방법은 ABCD 법칙이다.
이는 점이나 병변을 관찰할 때 비대칭성(Asymmetry), 불규칙한 경계(Border irregularity), 색조의 다양성(Color variegation), 직경(Diameter 6mm 이상) 등 네 가지 항목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기준이다.
점이 좌우 비대칭이거나,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거나, 색깔이 검은색·갈색·회색 등 두 가지 이상으로 다양하거나, 직경이 6mm 이상이면 피부암을 의심하고 피부과를 찾아야 한다.
  다만 ABCD 기준에 모두 해당하더라도 반드시 피부암인 것은 아니며, 반대로 겉보기엔 평범한 점이나 검버섯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암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피부 조직검사를 통해 피부암을 확진한다.
암이 의심되면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나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조성진 교수는 ​"대부분의 피부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다.
따라서 피부의 점이 비대칭적이거나 불규칙한 모양으로 점점 커지는 양상이라면 지체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검사와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6월4일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이 양산을 쓴 채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완치율이 가장 높은 치료법은 수술 피부암은 저절로 호전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기저세포암은 병변의 크기, 위치, 조직학적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피부암의 주요 치료법으로는 수술, 방사선 치료, 냉동 치료, 국소 광역동 치료(광선 치료의 일종), 면역치료제 또는 국소 항암제 치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수술이 가장 완치율이 높은 치료법으로, 병변이 작고 조기에 발견한 경우에는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다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저세포암도 드물게 주변 조직으로 침윤하거나 원격 전이를 일으킬 수 있다.
조성진 교수는 "대부분 일차적으로 수술이 고려되며,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육안으로는 정상처럼 보이는 피부 조직도 포함해 제거한다.
이때 피부 결손이 클 경우, 국소피판술 및 피부이식술 등으로 피부를 재건한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발견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수술 이후 전신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저세포암은 전이 위험은 낮지만 재발이 흔한 암이므로,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진단 후 처음 5년 이내에 재발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기간에는 정기적인 피부과 추적 진료와 자가 관찰이 더욱 중요하다.
  
새로 생긴 점 6mm 넘으면 피부암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