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 후폭풍 下] "사회적 약자가 가장 많이 피해볼 것…반드시 보완입법해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오는 10월 시행된다. 여당은 검경 협조체계와 피해자 보호가 더욱 두터워진다고 자찬했지만, 범죄 피해자와 법조인 다수는 '앞으로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프레시안>은 범죄 피해자, 그중에서도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해 온 법조인들을 만나 형사소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편집자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을 성폭행 목적으로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경찰은 성폭행 목적이 없었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를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이 가해자 조사와 보완수사를 통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여기에 피해자의 노력이 덧대져 가해자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 형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재판부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며 위자료 1500만 원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입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적극 규탄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의 주요 골자는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인데, 그러면 자신의 경험과 달리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해도 바로잡을 장치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김 씨를 대리한 변호인단도 형사소송법 개정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만 형사소송법 개정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4개 여성단체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공동성명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야 할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는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와 그들을 지원해 온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형사소송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혜명 사무실에서 만난 오선희, 안지희 변호사를 만났다. 민변 여성위 소속인 두 변호사는 10년 넘게 성폭력 사건을 맡아 왔으며 법무부 등 정부부처 자문위원도 맡고 있는 베테랑 법조인이다.
이들은 "검사 수사권 폐지로 인한 문제를 가장 많이 부닥칠 사람들이 그들(여성 범죄 피해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이제 각자도생의 시대 왔다"며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피해자 변호에 막막함을 느껴 잠을 못잘 정도"라고도 토로했다.
보완수사 요구 사건 처리 기한 제한, 경찰 인권침해 이의제기,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강력범죄 전건 송치 등 민주당이 제시한 대안은 이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장치거나 검찰 보완수사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당이 기존 제도보다 피해자의 권리를 좁힌 제도를 만들어 놓고 반대로 '피해자 권리가 두터워진다'고 홍보하고 있다"는 게 안 변호사의 평가다.
두 변호사가 속한 민변 여성위는 형소법 개정안 보완을 주장하는 토론회를 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읍소하면서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피해자 보호 장치를 넣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이들이 요구한 내용은 빠졌다.
안 변호사는 "(12.3) 내란 때보다 내상이 더 크다"며 "정치적인 목적 아래 이런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입법자들에 대한 원망, 입법 전에 내가 뭐라도 더 행동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 등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범죄 가해자, 그중에서도 고소·고발에 가장 많이 노출된 정치인들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변호사는 "누구도 제도로 인해서 희생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제도가 잘 굴러가기 위한 보충 입법을 해야 한다"며 가능한 빨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선희, 안지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소속 오선희(왼쪽), 안지희(오른쪽) 변호사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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