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공장 청와대 출입기자, 방송에서 ‘대통령님’ 부르지 않는다는 지적에 개인 유튜브서 배경설명
“언론보도 청자는 국민, 국민이 대통령보다 높아”…“기자회견에선 청자가 대통령이니 ‘대통령님’”
국회에서도 논란 불거졌던 ‘대통령님’ 호칭…미디어 환경 변화, 언론의 언어도 변해야 할까지난해 10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질문 글이 하나 올라왔다.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전하, 왕이라는 호칭처럼 이미 존칭의 의미가 포함돼 있어서 대통령에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면 틀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근거를 찾으려 하니 찾을 수가 없다. 대통령님이라는 표현은 맞는 표현인가, 틀린 표현인가?" 국립국어원은 "'대통령'은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를 의미하는 말"이라며 "대통령을 하나의 직위로 본다면 '대통령님'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님'이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언론보도에서 대통령 뒤에 '님'을 붙이는 건 어떤 언론사에서도 찾을 수 없는 표기법이다. 정제된 신문기사나 방송리포트에서는 대통령뿐 아니라 다른 직함 뒤에도 '님'을 붙이는 경우가 없다. 다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토크쇼 형태의 시사 방송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러한 유튜브 방송에서 기자들이 대통령 뒤에 '님'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의 박현광 기자는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재명 대통령'님'이라 불러라? 난 안 되겠어…>란 영상에서 자신이 방송에서 왜 '대통령님'이 아닌 '대통령'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 기자가 뉴스공장 방송에 출연하면 왜 '대통령님'이라고 하지 않는지 지적하는 댓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기자는 "기사를 쓰거나 방송에서 말할 때 그 대상은 시청자, 국민인데 국민은 대통령보다 높은 존재이기 때문에 국민 앞에서 '대통령님'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그 자체로 존칭이기 때문에 '대통령''님'이라고 하면 두 번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압존법에 대한 얘기다. 일각에서 '대통령께서'라고 하라는 요구에 박 기자는 같은 논리로 '대통령에게'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자가 가장 무서워해야 될 권력자는 국민"이라고 했다. 기자들은 실제 사내에서도 '부장님' '국장님'이 아닌 '부장', '국장'이라고 부른다.
이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이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부르라는 요구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집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로 이어지는 사안이다. 박 기자는 "만약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라는 주장의) 논리가 없이 (대통령을) 존경하는 마음만 있다면 (기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나"라며 "반대 상황(국민의힘 계열 집권)이 왔을 때 언론사는 이중잣대를 댈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청자가 대통령일 때는 '대통령님'…대통령도 기자들에게 '기자님'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도 '대통령님' 혹은 '대통령께서'라고 표현한다. 박 기자는 "(기자가 질문할 때) 대통령이 듣는 사람이니 '대통령님'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도 그 자리에서는 기자라고 하지 않고 '기자님'이라고 상호 존중한다"고 했다. 언론보도는 청자가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청자가 대통령일 때는 '대통령님'이라고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논란은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2020년 8월25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답변 때마다 "대통령님께서"라고 입을 열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대표(국회의원) 앞에서 지나친 존칭을 부적절하다며 '대통령'으로 호칭할 것을 요청했다.
이재영 경남대 교수는 같은해 9월7일 <대통령일까? 대통령님일까?>란 경북일보 칼럼에서 "청와대 구성원이나 공무원에게 대통령은 직속 상관이므로, '대통령(님)께서 …을 지시하셨다'처럼 극존칭을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청와대 구성원이나 공무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통령을 지칭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대통령에게 극존칭어를 사용하면 국회가 견제 기능이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극존칭어를 사용하게 되면 국민은 스스로 자신을 피치자로 인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논리로 기자들이 언론보도를 할 경우는 '대통령'이라고 해야 한다.
언론계에선 국민주권의 원리를 지켜야 한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사오늘은 2018년 3월25일 기자칼럼 <대통령'님', 맞는 표현일까?>에서 DJ정부 시절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군사정권의 권위주의 언어였던 '각하' 대신 '대통령님'이라고 불러달라고 선언한 일을 소환했다. 당시 '대통령님'은 민주화·탈권위의 상징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사회 분위기가 변했다. 기자는 "공식석상에서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고 무례하다는 비난을 받는 피해자들까지 생기고 있다"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존엄한 국민 앞에서는 '대통령' 호칭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유튜브로 뉴스 소비…시사 언어도 변화할까
이번 논란은 왜 벌어진 걸까. 최근 유튜브엔 정치인이나 법조인, 기자가 패널로 나와서 주요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리해주고 취재내용과 의견을 덧붙이는 형태의 '시사토크쇼' 혹은 '시사예능'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정제된 방송 리포트나 신문 기사에 한정됐던 뉴스의 범주가 이러한 유튜브 방송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소수에 해당하지만 유튜브에선 기자의 언어도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것이다. 플랫폼(유튜브)의 변화가 뉴스 소비 패턴을 넘어 '뉴스 언어'의 상을 일부 바꿨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유튜브 방송 역시 언론보도이기 때문에 굳이 '대통령님'이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아직은 더 많아 보인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집권했을 때마다 대통령 여성 배우자에 대해 '여사 vs 씨' 논쟁이 있었다. 결국 권위주의·성차별 표현이라는 이유로 창간 때부터 '씨'를 택해온 한겨레는 시민들 요구에 못이겨 '여사'로 표기법을 바꿨다. 표면적으로는 온라인·SNS의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독자들 여론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권력자들에겐 이름 뒤에 직업명 혹은 직함을 붙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겐 '씨'를 붙여 취재원을 차별해온 언론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 입장만 놓고 보면 어떻게 한겨레가 전두환씨와 김정숙씨를 같은 등급(?)으로 놓을 수 있냐며 항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대통령 vs 대통령님' 논쟁은 '여사 vs 씨' 논쟁보다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이지만 점점 전통적 뉴스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논쟁이 언제 커질지 모른다. 박 기자는 영상에서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요구가 변하면 법도 개정이 되는 것처럼 언론의 문법도 바뀌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언론은 시민의 요구를 얼만큼 수용해야 하는지, 혹은 얼마만큼 설득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