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노조 “순직 소방관 ‘사인 맞히기’ 형식? 취지와 무관하게 고인 명예 훼손”
디즈니플러스(디즈니+)에서 지난 11일 공개한 '운명전쟁49'가 순직 소방관의 생년월일을 운명술사들에게 제시하고 예능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반발이 거세지자 사과문을 공개했다. 소방공무원노조 등이 사과뿐 아니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가운데, 제작진이나 방송업계에서 어떠한 대책을 내세울 지도 관심이 모인다.
앞서 '운명전쟁49'에서는 49명의 운명술사가 망자의 사진과 생년월일, 사망 시점을 보고 사인 등을 맞추는 미션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제에서 순직한 김철홍 소방교 사례가 소개됐으며 출연진들은 사주풀이를 하며 화재 등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패널들이 놀라워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운명전쟁49'의 제작사는 JTBC와 스튜디오 'Ah-Yeah'이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집필한 모은설 작가가 집필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공개되기 전부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제작은 JTBC의 황교진, 성치경 PD가 맡았다.
'운명전쟁49' 제작진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운명전쟁49' 제작진은 지난 20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다 유명을 달리하신 김철홍 소방교님의 희생과 신념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유가족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운명전쟁49'는 사람의 운명을 읽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프로그램 취지 상 여러 삶과 죽음이 소개될 것이었기에,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이것이 김 소방교님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라 밝혔다.
제작진은 "촬영에 앞서 유가족께 본 프로그램이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며, 사주를 통해 고인의 운명을 조명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설명드리고 가족분의 서면 동의를 받아 초상, 성명, 생년월일시를 사용했다"며 "촬영 현장에서는 고인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갖고 명복을 빌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유가족 및 친지들 가운데 사전 동의 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에야 전달받은 분이 있으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고 오해도 풀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의 지적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청자와 당사자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며 "상처 입으신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소방공무원 죽음, 점술적 방식으로 추리하고 경쟁 소재로…고인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
제작진의 사과에 앞서 지난 19일 소방공무원노동조합과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는 <순직 소방 공무원의 죽음이 예능 소재가 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성명에서 이들은 "화재 현장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사인 맞히기' 형식으로 미션으로 다룬 사실이 알려지며 깊은 우려와 분노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방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일부 출연자의 추측과, 이를 둘러싼 패널들의 예능적 반응이 그대로 송출되면서, 순직 소방공무원의 숭고한 희생이 오락적 장치로 소비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소방공무원의 죽음을 점술적 방식으로 추리하고 경쟁의 소재로 삼는 연출은 그 취지와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이같은 사자 명예훼손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유족의 동의 여부와 별개로, 그 동의가 프로그램의 형식과 구체적 연출 방식까지 충분히 설명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는지 역시 명확히 확인되어야 한다"며 "동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내용과 맥락이 충분히 공유되었을 때만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소방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진정성 있는 사과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