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재일조선인 여성(중) 민족차별적 단속과 여성들의 일상적 대항재일조선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던 막걸리(탁주)는 이전 일본의 주세법 하에서 적발 대상이었다. 해방주라 불렸던 막걸리를 둘러싼 재일조선인 여성들의 생활과 저항의 역사를 식민지주의, 젠더 관점에서 풀어내는 도쿄경제대학 이행리(李杏理) 교수의 글을 3회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선인 집단 거주지에서 여성들에게 계승된 막걸리 제조 일본이 패전한 직후, 암시장은 물자를 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노점의 한구석에서 팔리던 막걸리와 막소주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서민의 불안을 달래주고 피로를 풀어주며 잠깐이나마 교류와 안도를 가져다줬다. 하지만, 일본 국가는 전쟁 전과 똑같이 이것이 주세법 위반이라며 적발했다. 막걸리를 둘러싼 규제의 역사는 문화와 생활을 법 권력이 얼마나 ‘합법/비합법’으로 선 긋기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축도이다. 막걸리의 지혜와 기술은 재일조선인 집단 거주지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계승되었다. 패전 직후에는 배급미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장사치에게서 쌀을 암거래하여 막걸리의 원료를 확보했다.
한편, 배우자의 음주나 폭력이 막걸리 제조의 계기가 되었다는 증언도 있다. 가족 안팎의 압력과 여성에게 몰리는 돌봄 책임은 그녀들에게 비합법적인 영세 거래를 하게끔 했다. 조선인 집단 거주지역에는 어린이들이 경찰의 움직임을 망 보다가 “개가 온다!”고 소리쳐 막걸리를 숨겼다는 증언도 남아 있다. 항상 적발과 이웃하다시피 지냈고, 경찰 조사에서 모자가정으로 가장해 벌금을 면제 받는 요령을 쓰기도 했다. ‘불령선인에 의한 보복’ 혐의 씌워 조선인 백 명 위법한 검거공권력이 “삼국인의 범죄” 언설…민족차별을 넘어 식민지주의의 연장 그러던 중, 1947년의 ‘가와사키(川崎) 사건’으로 백 명 남짓한 조선인이 검거되었다. 세무서 직원이 퇴근길에 폭행을 당해 사망했는데, 범인이 특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장성(일본의 재정 담당 부처)은 ‘불령선인(不逞鮮人-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이라는 뜻으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조선 사람을 이르던 차별 용어)에 의한 보복’이라고 단정지었다. 그 후 재무국은 “주류 밀조는 주로 조선인에 의해 이뤄진다.”며 전국에 통지했다. 세무서 직원과 경찰이 영장도 없이 가정집에 뛰어 들어와서 주조하지 않은 사람까지 한꺼번에 검거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법 권력의 조선인에 대한 대우와 공권력의 보도는 민족 속성에 근거하여 혐의를 씌우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쟁 전부터 시즈오카의 검찰에 의해 ‘암거래의 뿌리’에 조선인이 있다는 보고가 나왔지만, 패전 후에는 정치인이나 법 권력이 한층 더 이를 부각하며 ‘삼국인(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 잔류하고 있던 조선인과 대만 출신 중국인 등을 가리키는 차별 용어) 범죄’ 언설을 반복했다. 이것은 단순한 차별어가 아니라, 식민지 해방을 인정하지 않고 조선을 대등하게 보지 않는 식민지주의의 연장이었다. 그 시선이 법 권력과 제도에 반영되어, 조선인 생활의 장을 궁지로 몰아갔던 것이다. 법정 투쟁, 주세법 단속의 ‘민족적 편견’ 추궁해
법정에서도 투쟁이 이어졌다. 후세 타츠지(布施辰治) 등이 변호를 맡아 주세법 단속의 ‘민족적 편견’을 추궁했다. 후쿠시마현 타카요시 사건의 상고 취지서에는 ‘징용공으로서 사역했던 조선인이 귀국하지 못하고 모여 살며, 일본인의 요구에 응해 막걸리를 만들었음에도 일방적으로 처벌 받았다’고 호소했다. 아키타현 오다테 사건의 공판에서는 적발 대상이 “주로 조선인”이라고 들었다고 담당 과장이 직접 진술하며, 민족을 근거로 한 수사가 드러났다. 또한, 재일조선인 여성들이 세무서와 시청에 직접 항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저항은 개개인의 생활 전술에 그치지 않고 공적 저항으로도 이어졌다. 공식 언사에는 남아 있지 않아도 그녀들의 삶 속 막걸리와 항의의 목소리는 저항운동을 뿌리에서 지탱했을 뿐 아니라, 주조문화 그 자체를 부정하는 법 규범과 그 배후에 있는 식민지적 권력을 뒤흔들었다. [하편에서 계속] -번역: 고주영, 감수: 이행리.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