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 생산자이자 교육자이자 연구자, 사와노보리 사나에2024년부터 일본은 주식인 쌀 판매가의 폭등으로 시민들이 생활 불안정을 호소하고 있으며, 식량안보에 대한 불안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가 ‘농민의 소리 무시하고 농촌을 괴롭힌 결과’가 돌아오고 있는 거라며, 농업정책의 실패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관련 기사: 쌀값 폭등 ‘식량위기’ 임박한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https://ildaro.com/10197) 작년 늦가을부터 햅쌀 판매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쌀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는 상황. 과연 앞으로 공급량은 충분할까…. 그런 걱정을 안고 농업연구자인 사와노보리 사나에(澤登早苗)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와노보리 씨는 도쿄 다마시의 게이센여자학원대학에서 30년간 ‘생활원예’라는 실습과목을 유기농업으로 가르쳐왔다. “쌀은 싼 게 당연한가요?” 반문하는 사와노보리 씨
사와노보리 씨에게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쌀값 폭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감반정책(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일본은 논의 일부를 휴경하거나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반강제적으로 유도해왔다. 한국도 쌀 재배면적 감축 정책을 시행 중이기 때문에 일본이 직면한 쌀 부족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등의 문제도 있지만, 먹는 사람들의 ‘농업에 대한 무관심’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쌀이 가게에 없으면 야단법석, 값이 비싸면 또 야단법석. 하지만, 정말 쌀이 비싼가요? 밥공기 한 그릇 분의 밥과 빵을 비교해보세요. 쌀은 싼 게 당연한가요? 다들 돈을 좋아하는 것처럼, 농부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라고 일갈한다.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2025년 3월 30일에 도쿄의 아오야마에서 진행된 ‘레이와(일본의 연호) 백성봉기’. 전국에서 30대의 트랙터가 모여 농업의 위기와 농업 정책의 전환을 호소함) 때, “농가의 시급은 10엔(약 100원)”이라는 말에 모두 충격을 받은 기억이 선명하다. 국가는 농산물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라며 지원금을 주고 농사 규모 확대, 기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의 수입은 늘지 않아요. 결국 농기구 사는 데 돈을 써야 하니까요.” 그럼, 농가가 제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의 정책은 ‘농지 집약’을 내걸고 경작자가 부재한 농지를 모아 한 농가 당 재배면적을 넓히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유엔의 식량농업기관은 ‘소규모, 가족경영이어야 그 땅의 전통적 생산방법이 지속가능하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기계화해서 적은 인원으로 재배면적과 생산 규모를 늘린 농업에서는 생산자 스스로도 직접 해왔던 지역 인프라 정비 등을 등한시하게 됩니다. 또한 인구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야생 조수(鳥獸)들이 산에서 많이 내려와 경작지와 마을이 위협받게 됩니다.” 세계의 농업 현황에 관해서도 잘 아는 사와노보리 사나에 씨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농업은 본디 풍요롭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아시아에 인구가 집중하게 된 것은 비가 많이 와서 농작물이 자라기 쉽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었죠. 반면에 건조지대인 유럽과 미국 등은 농작물 재배면적을 넓혀 대규모화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지구온난화가 밭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때문이라는 둥, 게놈 편집이 ‘푸드테크’라는 둥, (우리는) 미국 정부에게 속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유기농업의 시대 사와노보리 씨는 야마나시현의 한 포도농장에서 나고 자랐다. 부모님에게서 농업이 살림을 풍요롭게 하고, 재배하는 방식에 따라 농사가 재미있어진다는 걸 배웠다. 반면, 농업계 대학에서의 배움은 기술과 생산성이 중심이었다. “아시아의 농업을 조사해보니, 농약과 화학비료를 썼던 근대농업의 도입으로 마을이 피폐해지고 빚도 늘어났다고 하더라고요. 대학에서 배운 것과는 크게 다른 현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침 그때는 일본의 ODA(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적개발원조)가 정작 현지를 풍요롭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던 시기로, 농업에도 철학과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게이센여자학원대학이 농장실습 교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는 유기농업의 시대여야 한다고 생각해, 시간을 들여 커리큘럼을 마련했다.
“여름방학에는 밭의 잡초를 벨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자라게 둬 밭으로 돌려줍니다. 잡초에도 역할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학생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정말 많았어요. 자기가 키운 채소는 맛있다며 웃고, 수확물을 가지고 가면 평소에는 대화가 없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과 교류할 수 있다고, 음식도 남기지 않게 되었다고….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농사가 가진 ‘사람을 키우는 힘’을 다시 느꼈습니다.” 평화를 이념으로 내건 게이센대학의 유기농업 교육이기 때문에 알게 되는 사실도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사람과 생물의 공생, 다른 의견과 타협하는 법을 배운다. 벌레를 싫어하는 학생에게 벌레를 좋아하라고 할 순 없지만, 죽이지 말고 거리를 두면 된다고 가르쳤다. 농사는 기후위기 시대의 희망, 작은 텃밭이라도 먹거리를 생산해보자
사와노보리 씨는 대학을 퇴직하고 지금까지 생각해온 농업과 먹거리를 집대성한 책을 곧 내놓는다. 제목은 『포도농장과 대학의 나날에서 발견한 ‘안심할 수 있는 장소’ 만들기』. 포도농장의 유기재배 여정, 대학과 지역사회에서의 활동, 농업과 먹거리를 둘러싼 국제상황 등 담고 있는 내용이 알차다. “요즘 포도는 ‘근육강화’ 포도예요. 항생물질로 씨를 없애고 호르몬제에 절여져 자라거든요. 우리 유기 무농약 포도는 수확 후에도 썩지 않고, 시들면 그대로 건포도가 됩니다. 이게 또 얼마나 맛있게요.” 사와노보리 씨는 농사를 기후위기 시대의 희망이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에게 자주 말하곤 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5년, 10년 후면 먹거리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농가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모두가 지금의 농업에 위기감을 가져야 합니다. 기후위기와 천재지변으로 인한 만일의 시기에라도, 땅이 조금만 있다면 먹거리를 지어 살아남을 수 있어요. 여기에 희망을 걸 수 있지 않을까요. 농업을 소중히 생각하고, 스스로 생산함으로써 사람은 변합니다. 농업에 접근하는 것은 기본적 인권입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