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체제전환운동포럼에서 〈부채와 민중의 권리〉 논의

하루하루 급변하는 세상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편리한 것 같으면서도 무섭고, 코스피 5000 돌파 뉴스도 금융자산이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떨떠름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경영자는 인공지능 로봇의 발달로 이젠 “노동 소득의 개념이 사라지고, 투자의 시대 또는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저축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노동 소득의 시대는 갔다, 투자의 시대가 열렸으니 저축하지 말고 투자하라고 하는 말은, 너무 속이 보이는 뻔한 말”이라고 꼬집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저축하지 않고 투자하면 할수록, 일론 머스크에겐 더 많은 배당금이 쌓이기 때문이다.”
 
빚 권하는 사회, 빈곤과 불평등 확대
 
2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가족플라자에서 열린 체제전환운동포럼의 기획 세션 중 〈부채와 민중의 권리: 저당잡힌 집, 시간, 삶을 되찾자〉에서 나온 발언이다. 김윤영 활동가는 신자유주의와 금융화가 어떻게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개인을 ‘빚’의 굴레로 몰아넣는지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예전처럼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이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부를 활용해 더 많은 배당을 받고, 금융적 이익을 얻는 방식으로 더 부자가 된다. 그들의 재산은 엄청난 재능의 결과인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자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부가 점점 더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들이 단기적 금융 이익을 위해 비용 절감과 해고를 단행하고, 불안해진 노동자들은 소득 보전을 위해 다시 금융 투자에 뛰어드는 악순환”을 설명했다. “특히, 주거, 의료, 교육 등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 부족할 때 개인은 빚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2024년 한국의 가계 대출은 총 1,925조원으로 GDP 2,549조원의 약 75%”에 달하며, 산업에 대한 대출 1,926조원과 비교해도 비등할 정도로 “가계 대출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가계 대출 중 주택담보 대출이 5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왜 이렇게까지 가계 대출이 많아졌을까? 김윤영 활동가는 신자유주의 정부가 실업 대책이나 공공성을 마련하는 복지 대신 ‘저금리 대출’을 복지로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소득이 높고 자산이 많은 사람은 안정적인 은행 대출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금리가 높은) 나쁜 대출로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빈곤과 불평등의 확대로 이어진다. 높은 이자는 당연히 부담이 되고, 만약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면 정말 해결할 수 없는 부채의 골짜기로 빠져들게 된다.”
 
여기서 지원이 필요한 건, ‘조금 더 나은 (저금리) 대출’이 아니라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공공성 회복”과 “필수재에 대한 권리 보장”이라고 김윤영 활동가는 강조했다.
 
투기 상품이 된 집, 전세사기와 주거 위기
 
서동규 민달팽이 유니온 활동가는 전세사기 사태를 통해, 주택의 금융화와 투기적 구조를 비판했다. “전세사기는 단순한 개인 간 사기가 아니라, 주택을 투기상품으로 만들고 세입자의 보증금을 약탈적으로 동원한 구조적 결과”라는 것.
 
서동규 활동가는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자원인데, 이것이 투기상품이 되었다는 것”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확대는 겉으로는 세입자를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임대인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매입) 자금을 지원하는 꼴”이 되었으며, “대출이 늘어날수록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막대한 전세대출을 통해 팽창한 주거비와 집값으로 누가 이득을 얻었을까?” 서 활동가는 “첫째는 (갭)투기를 위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었던 지주, 즉 다주택 소유자”이며, “둘째는 대출이자를 안정적으로 가져간 은행”이라고 말했다.
 
2026년 1월 초 기준으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피해’로 인정된 건수만 해도 35,909건에 달한다. 서동규 활동가는 대규모 피해임에도 “정부가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식으로 피해 구제에 재정을 쓰지 않으려 했던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전세사기 피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서 활동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조직화된 투쟁을 이끈 것, 그리고 그것이 ‘경매 유예’와 ‘특별법 제정’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앞으로는 “소유권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주택의 탈상품화와 공공임대 확대,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싸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성의 ‘역할’을 저당 잡는 금융자본
 
2007년 모 여성전용금융 광고 중엔 “남편한테 말하자니 그렇고, 은행 가자니 주부라서 대출이 안 나오고...”라는 말이 나왔다. 혜진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는 당시 대출 광고에서 강조했던 게 ‘여자들만의 비밀을 지켜준다’, ‘여자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여성전용 대출 광고들이 여성의 가사노동, 양육, 그리고 드러낼 수 없는 사적 영역의 비용(임신중지 등)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여성을 타깃으로 한 건, 그 이유 뿐만이 아니다. 혜진 활동가는 “금융 자본이 여성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체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여성들은 관계적 압박(가족, 평판)에 취약하며, 이를 담보(명예)로 삼아 빚을 갚게 만드는 추심 구조가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때로 여성의 부채는 가계 위기 속에서 가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IMF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 시,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와 돌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성이 빚을 지는 경우”가 있었다. 혜진 활동가는 “이럴 때 여성들은 가정 내 돌봄 의무를 지는 동시에, 노동을 통해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에 놓인다.”고 짚었다.
 
“사회적 위기가 가계로 전가되면서, 실상은 사회적 위기 상황임에도 ‘가계 위기’로 축소되어 드러나는데, 이때 가정 내 위험을 관리하고 완충하는 역할이 여성에게 배치됨에 따라, 사회적 위기에 대한 리스크는 여성의 삶으로 이전된다. 사회적 위기는 여성의 삶을 통과함으로써 위기를 완화하고 지연시키고자 하지만, 완화와 지연은 종종 실패한 채 여성의 삶에 축적된 부채 부담과 버거움만을 남긴다.”
 
혜진 활동가는 부채가 젠더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 여성의 취약성을 파고들어 약탈하는 구조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왜 갚지 못했나? 라고 개인을 비난하는 대신, ‘왜 그렇게 쉽게 큰돈을 빌려주는가?’라고 물으며, 부채 문제의 책임을 채무자에서 약탈적 채권자로 전환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채권자-채무자 대립이 아닌 ‘커먼즈 금융’, 빈고의 실험
 
〈부채와 민중의 권리: 저당잡힌 집, 시간, 삶을 되찾자〉 기획 섹션의 발표자들은 부채의 구조적 문제, 금융시장의 이면, 심화되는 불평등을 지적하며, 더 많은 공공임대 등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자고 얘기했다.
 
한편, 김지음 빈고 활동가는 거대 금융자본에 맞서는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대안으로 빈고(빈마을금고, bingobank.org)의 실험을 소개했다.
 
김지음 활동가는 “우리가 노동자와 소비자로서는 자본에 맞서 단결하지만, 금융 영역(예금, 대출)에 들어서면 철저히 자본가의 논리(더 높은 이자, 더 낮은 금리)를 따르며 채권자나 채무자로 분열된다.”고 지적했다. “자본 수익(이자)을 추구하는 채권자와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채무자의 대립 구도를 깨야 한다”는 것.
 
대신 “서로 자본 수익을 ‘사양’하는 ‘공유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자”고 제안했다. 그 예가 “예금자는 이자를 받지 않음으로써 돈이 자본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이용자는 적정한 비용을 분담하며 상호부조”하는 ‘커먼즈 금융’이다. 이를 더 키우면, “그러니까 기존 은행에서 돈을 빼내어 빈고와 같은 공동체 은행(공유지)으로 옮기면, 그 자체가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이자 저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의는 ‘보편적 고소득’이라는 달콤한 말보다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빚 권하는 사회’에 맞선 다양한 실험과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