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여성 입후보자를 홀로 두지 않겠다…〈우리들의 바통기금〉올해는 일본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지 8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 역시 아직도 중고령 남성 중심이다. 이러한 가운데 2022년에 ‘2030 여성들이 바꾸자’며 지방의회에서 젠더 정책을 만들고자 하는 청년 여성들의 입후보를 지원하는 ‘피프티스 프로젝트’(FIFTYS PROJECT)가 시작되었다.(관련 기사 https://ildaro.com/9592) 그리고 이제 ‘FIFTYS PROJECT’는 2027년 있을 통일지방선거 입후보자의 활동을 자금 면에서 지원하기 위해, 2025년 11월 ‘우리들의 바통기금’(わたしたちのバトン基金)을 설립했다. 기금 스태프인 스즈키 나리사(鈴木なりさ) 씨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2030 여성 입후보자에게 허들은 ‘자금’
2022년 여름, “정치 분야의 젠더 불평등, 우리 세대에서 없애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방의회 선거에 입후보할 20~30대 여성(시스젠더,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X젠더를 지원하는 ‘FIFTYS PROJECT’(fiftysproject.com)를 시작했습니다. 2023년 통일지방선거 때는 29명의 입후보자를 지원했고, 그 중 24명이 당선되어 지방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채 간과되어온 지자체 직원들의 젠더 격차 해소, 월경 정책 추진,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 대한 지원 등을 각자의 지역에서 착실히 추진해 왔습니다. FIFTYS PROJECT는 현재, 2027년 4월에 있을 통일지방선거의 입후보자 100명 지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평등한 일본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젠더 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러한 관점을 가지고 일하는 정치인을 늘려나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20~30대 여성들이 입후보하는 데 가장 큰 허들 중 하나가 ‘자금’입니다. 공탁금, 선거비용, 선거 준비 단계부터 선거까지의 생활비, 낙선할 경우 취업할 때까지의 생활비 등 어느 정도 저축이 있는 분이라도 경제적인 불안은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모아주시는 돈을 기금으로 예치하고 이를 입후보자에게 전달하여, 당선될 경우에는 기금을 다시 기부받아 미래의 후보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순환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우리들의 바통기금’이라는 이름을 붙여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왜 기금을 설립했냐고요? 저 자신이 돈이 없는 상황에서 입후보와 낙선을 경험하면서, 입후보자에게 따라붙는 ‘돈의 벽’의 엄중함과 억울함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금 구조로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돈의 벽’ 실감했던 나의 입후보 경험
저는 스물여섯 살 때, 무소속으로 지방의회 선거에 입후보했습니다. “왜 무소속?”이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기존의 정당에서 공천을 받으면, 조직의 표도 얻을 수 있고 자금 지원도 기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무소속을 고집했습니다. 정당에 구속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정당조직 내부가 여전히 가부장적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뜻은 창대했지만, 현실은 팍팍했습니다. 무엇보다 ‘돈’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입후보를 하기 전까지 저는 혼자서 작은 카페를 경영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비어있는 시간에는 다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렸습니다. 저축한 돈은 거의 없었고요. 그러한 상황에서 결심한 입후보. ‘젠더평등을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감하며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은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어려움이 있고, 그 고통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학생, 육아 중인 분, 부모 돌봄을 하는 틈을 타 와주시는 분. 그럼에도 자기보다도 훨씬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정치를 바꾸고 싶어하는 분들이었습니다. 모두들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서도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공탁금, 전단 인쇄비, 변함없이 드는 생활비 등으로 갖고 있던 돈은 금방 바닥이 났습니다. 결국 어머니가 오랫동안 소중히 보관해두셨던, 제가 어릴 때부터 받아온 세뱃돈 저금을 깨서 선거에서 싸웠습니다. “어떤 정책을 펼칠지 말씀해보세요. 당신을 지지하고 있으니…”라며 저를 불러세운 분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령의 남성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끝내 이야기는 정책에서 벗어나곤 했습니다.“예쁘니까 괜찮아”“결혼했어?”“아이 낳고 하면 어때?”…명백한 언어폭력이었지만, 자금에 쪼들리던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 화를 내지도,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한 귀로 흘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그때 ‘우리들의 바통기금’이 있었다면… 언어폭력을 견디던 시간을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데 쓸 수 있었을 겁니다.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중고령 남성들로 채워진 의회…
성평등에 뜻 있는 입후보자에게 힘 실어줘야 흔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경험을 뒷세대인 20~30대 여성들이 거쳐야 할 시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입후보라도 해보았지만, 그건 자영업자라서 시간에 융통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를 키우는 중이었다면, 돌봄을 하고 있었다면, 필수인력(essential worker)처럼 휴가를 쓸 수 없는 직업이었다면, 초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닐 시간조차 내지 못하고 입후보를 포기했을 겁니다. 지금의 일본 정치는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만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의회에는 비슷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 즉 중고령 남성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생활인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가닿지 않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한 미래의 입후보자가 전국 각지에 수없이 많이 있다는 것을. 돈도 시간도 없지만, 젠더평등을 실현하고 싶다는 뜻을 가진 20~30대 여성, 논바이너리, X젠더들이 있다는 것을. 그분들이 당연하게 입후보할 수 있는 사회를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당신도 이 바통을 이어갈 한 사람이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