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다누화-섬 어린이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모임’ 이시미네 카오리 기고

2025년 3월,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시’ 등을 염두에 둔 오키나와현 사키시마제도 5개 시정촌 주민 등 약 12만 명에 대한 피난계획을 공표하였다. 이 계획에는 피난뿐 아니라 피난 후의 생활이 포함되어 있어 ‘일시적’인 대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상이 된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과 우려가 들끓고 있다.
 
미야코지마시(市)에 사는 이시미네 카오리(石嶺香織) 씨의 기고문을 싣는다. 이시미네 씨는 ‘티다누화-섬 어린이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드는 모임’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대만 유사시’ 섬 주민 피난계획에 반발하는 주민들
애초에 자위대, 미사일 기지가 없다면 공격대상이 되지도 않을 것
 
저는 미야코의 고급 삼베 직조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미야코지마(宮古島)로 이주한 지 18년 차로, 이 섬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미야코지마는 일본 육상 자위대 주둔지의 준공, 미사일 부대 배치, 탄약고 건설 등 ‘섬의 군사화’ 문제에 더해, 올해 일-미 공동훈련, 첫 오스프리 비행이 예정되어 군사력 강화가 연일 진행되는 가운데에 있습니다. 게다가 2025년에 발표된 ‘섬 밖으로(島外) 피난’이라는 문제가 우리의 일상을 검은 구름처럼 뒤덮고 있습니다.
 
지금 미야코지마, 이시가키지마(石垣島), 요나구니(与那国)를 비롯한 사키시마제도(先島諸島, 오키나와현 남서부에 위치한 크고 작은 섬)에서는 ‘대만 유사시’를 전제로 섬 주민 12만 명을 규슈와 야마구치현으로 피난시킨다는 ‘전도(全島 전체 섬) 피난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구체적인 계획인가 하면, 제가 사는 미야코지마시의 동학구는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로 피난한다는 것까지 결정되어 있습니다. 세 변의 길이 합이 100센티미터 이하인 수하물 하나로 1개월간 가고시마시의 호텔에 체류하고, 이후 그곳에서 취학과 취업을 지원하는 계획까지 수립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에 국가를 비롯한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시에서도 이의제기가 없습니다.
 
우리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버려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는 지금,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 이상으로 이 상황이 두렵습니다.
 
애당초 왜 일본 밖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인 ‘대만 유사시’로 인해 사키시마제도가 전쟁터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까. 어째서 사키시마제도 사람들의 일상을 빼앗고 그곳을 전쟁터로 만들어 전쟁하는 것이 국가를 지키는 일입니까.
 
국제인도법인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에는 ‘군민 분리’의 원칙이 있고, 무력 분쟁에서 민간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군사목표를 인구밀집지역 안이나 그 인근에 배치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비준하지 않았지만, 일본은 이에 비준했기 때문에 조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섬 바깥으로의 피난계획은 얼핏 제네바협약에 준하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키시마제도에서 한정적 전쟁을 한다는 작전을 미리 준비했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애초에 섬에 미사일 기지가 없었다면 공격 대상이 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전쟁을 전제로 한 피난계획에 따르는 것은 전쟁에 가담하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번 떠나 섬이 전쟁터가 된다면 다시 섬으로 돌아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육지와 이어져 있지 않은 섬의 복구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피난계획이 아니라 ‘강제 이주’이자 ‘섬 주민 방치’ 계획

 
즉, 이것은 ‘섬 밖으로(島外) 피난’ 같은 것이 아니라, 주민을 강제로 섬 밖으로 집단 이주시키는 ‘강제소개(強制疏開)’입니다. 섬에 남고 싶다고 하자 “피난은 강제가 아니지만 기초적 인프라 운영은 중단된다”는 것이 시의 설명입니다. 이건 강제나 다름없습니다. 이러한 일이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려고 합니다.
 
“섬 바깥으로 피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목숨이 중요하지 않냐”고들 합니다. 물론 목숨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헌법 제25조는 단순히 사는 것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진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규정합니다. 또한, 헌법 제22조는 자기 의사에 반해 거주지를 떠나지 않을 자유와 ‘계속 살 권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권리는 위협받고 있고 일본 사회에서는 이것이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사키시마 제도의 섬들에는 섬마다의 독자적 문화 속에서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섬에 따라 언어도 다르고 노래도 다르고 직물도 다릅니다. 그 섬에만 있는 소중한 것을 다음 세대에 잇고자 소중하게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살아만 있으면 된다”는 말, 누가 할 수 있나요? “이 섬에 계속 살고 싶다.” 이 당연한, 절실한 바람을 전쟁이라는 어리석은 일을 위해 부디 짓밟지 마십시오.
 
지난 6월 7일, 저도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미야코지마 시민이 섬에 계속 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모임’ 주최로, 시민 대상으로 도외 피난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거기에서 들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내팽개치는 겁니까?”
 
“나이 많은 어머니가 있어서 홀로 두고 갈 수도, 함께 가기도 어려워 섬에 남고 싶습니다. 너무나 큰 일인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아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결국은 어르신들이나 병이 있는 취약한 사람, 피난이 어려운 사람은 버려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부추기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 걸까요. 매일 가슴이 답답합니다.”
 
“‘보라(미야코지마의 동쪽 끝)’의 육상 자위대 탄약고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한 지 8년째입니다. 매일 게이트 앞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하지만, 주민 피난이라는 명분으로 이 섬을 무인도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초에 섬에 미사일이나 기지를 두어서는 안 됐습니다. 공격 대상이 되어도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피난처인 규슈에서도 군사력 증강이 이루어지고 있고, 대형 탄약고도 서둘러 만들고 있습니다. 전쟁은 순식간에 시작되지만, 끝나지 않습니다.”
 
“미야코지마 시장은 최소한 생명은 지키겠다고 하지만, 생명과 생활과 존엄, 그것은 하나입니다. 생명만 지킨다고 다른 것이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에게는 살아있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시장에게 말할 생각입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국가에 전하고자 지금 ‘미야코지마 시민이 섬에 계속 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원문 번역하고, 국내 독자들을 위해 〈일다〉 편집부가 보완 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