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학교는 그들을 돕지 못했다』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거의 매일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20년도 넘었지만, 학교폭력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었는데, 왜 학교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15년 차 중등 교사로 학교폭력 업무를 전담한 경험이 있는 오선 교사는 책 『학교는 그들을 돕지 못했다』를 통해 현 제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교육과 돌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수사와 행정 절차만이 남게 된 학교의 현실을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교사, 담임 그리고 학교폭력 담당교사로 일하며 겪은 실패와 실수를 공유하고, 교사의 위치에서 안고 있는 책임감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더불어 지금의 학교폭력 관련 제도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들, 쉽게 명명할 수 없는 문제들도 조명하며 질문을 던진다. 학교폭력 문제를 이렇게 둬도 괜찮은지, 이게 최선인지 말이다.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는 ‘가해’와 ‘피해’의 경계
 
저자는 현재의 학교폭력예방법이 모든 갈등을 ‘가해’와 ‘피해’라는 이분법적 틀로만 재단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폭력은 훨씬 복합적이고 관계적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학생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단순한 오해가 쌓여 명백한 가해자는 없지만 상처를 입은 학생만 남거나,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조차 불분명한 모호한 상황도 빈번하다는 것.
 
“가해자인 학생은 언제까지나 가해자고 피해자인 학생은 언제까지나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한 학생이 동시에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고, 한때 가해자 혹은 피해자였다가 어느 때에는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불분명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법」은 언제나 가해/피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를 원한다.” (〈가해자? 피해자?〉, 93쪽)
 
법은 사건 처리를 위해 어떻게든 가해와 피해 사실을 명확히 구분하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서류상으로 사건을 단편적으로 정리하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고 깊이 이해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이분법적 잣대로 사건을 재단하다 보면, 여러 얼굴을 가지고 다층적인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거다. 무리하게 가해와 피해를 나누다 보면 한 학생이 가해자 징계와 피해자 지원 조치를 동시에 받는 모순적인 상황도 벌어진다. 결국 맥락은 사라지고 잘게 쪼개진 파편적인 사실들과 그에 따른 기계적인 조치들만 남게 되어, 사람과 삶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홀로 절차를 견디는 아이들과 ‘사법 시장’으로 변질된 학교
 
학교폭력이 신고되면 학생들은 담임교사, 학생부장, 전담 조사관, 교육청 심의위원 등 수많은 낯선 어른들을 거쳐야 한다. 저자는 당사자 학생들이 혼자서 겪어야 하는 시간과, 그에 무신경한 학교의 문제도 짚는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개월에 걸친 긴 시간 동안 학생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떤 배움이 있었을지 이 일에 관계된 어른들 누구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누구도 자세히 묻지 않기에 학생들은 말하지 않는다. 학교는 진심으로 학생들의 회복과 변화에 관심이 없다.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이들을 홀로 두지 않을 것이다.” (〈홀로 통과해야 하는 프로세스〉, 84-85쪽)
 
학교폭력 제도가 강화되고 신고가 늘어나면서 생긴 가장 뼈아픈 부작용은 학교가 하나의 ‘사법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을 가해 기록이 가져올 불이익을 피하고자 많은 학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한다. 절차적 허점을 파고들어 징계 조치를 무효화하거나, 졸업 때까지 유예시키는 촌극도 벌어진다. 가해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이나 반성 없이 빠져나가는 일도 일어난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학생들이 돈과 힘이 있으면 가해 사실도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슬픔과 무력감을 토로한다.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유죄를 무죄로 만들기도 한 사례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학생들이 배우는 건, 학교폭력예방교육 영상에서 말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느끼는 학생들은 위축된 상태에서 강자의 편에 서려고 하거나 아무와도 얽히지 않고 조용히 사는 편을 선택한다.”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149-150쪽)
 
‘약자에 대한 조롱’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학교폭력
“교실 안의 계급을 깨지 않고 학교폭력을 없앨 수는 없다”
 
저자는 청소년 사회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약자에 대한 조롱’ 문제도 심각하게 짚는다. 지금의 학교폭력은 ‘약자에 대한 조롱’을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정작 이러한 조롱은 ‘학교폭력’ 문제로 잘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실 안에 ‘보이지 않는 계급’도 심각한 수준이다. 교실 안 에어컨 온도를 결정하고, 창문을 열지 말지, 자리를 바꿀지 말지 등 사소해 보이는 결정부터 다양한 권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누군가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그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교실 안의 계급을 깨지 않고 학교폭력을 없앨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권력자들의 학교폭력은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계속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학생들은 이들의 일상적인 폭력을 그저 견디는 경우가 많다. 한 명의 가해 학생을 신고한다고 해도 그 학생의 친구들 다수가 여전히 교실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고된 생활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 보복의 두려움과 더 커질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입을 다물고 피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교실 안의 계급〉, 51쪽)
 
저자는 “학교폭력으로 집계되지 않는 교실 안의 계급 간 폭력에 대해서 「학교폭력법」은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고 꼬집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한계에 부딪힌다. 책 속 ‘기정’이 자퇴하고 1년 뒤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 원망 섞인 인사를 건넸던 일화는, 저자에게 학생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책으로 남았다. 또한 억울함을 품은 부모들은 언제나 최전선에 있는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화를 쏟아낸다. 공동체적 해결이 거세된 시스템 안에서 교사들은 학폭 업무를 기피하게 된다. 악순환이다.
 
학생들이 직접 말하게 하라
 
그렇다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성찰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사례를 공유하며, 용서를 통해 사건이 해결된 경험을 전한다. “학교 안의 갈등들을 반성과 책임, 용서로 이어지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무엇보다 학교폭력 사건 처리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은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기에, 망가진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학교는 모두에게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언급한다.
 
또한 저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도 필요하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회복적 조치도 필요하고,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공동체 강화, 학교 민주주의 강화… 모든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직접 말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강조한다. 학교라는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제외한 채로 추측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있는 거냐”고 반문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워진 학생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고, 닫힌 교실을 열어 그들이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
 
한 교사의 깊은 성찰이 담긴 『학교는 그들을 돕지 못했다』는 학교폭력예방법이 놓치고 있는 ‘교육의 본질’과 ‘공동체의 회복’이 왜 그토록 절실한지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