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내 꿈의 나라〉 나우신 칸 감독힌두 지상주의(Hindutva)의 부상 이후 인도 사회의 종교적·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내 꿈의 나라〉(Land of My Dreams, 2023. 일본어 제목은 ‘나의 성스러운 인도’로 번역되었다)는 인도에서 이슬람교도 여성들이 주도한 비폭력 저항운동과 무슬림 여성인 감독 자신의 삶을 중첩시킨 영화다. 〈내 꿈의 나라〉는 지난 6월 6일부터 도쿄 시부야 유로스페이스를 비롯하여 일본 전역에서 순차 개봉하였는데, 이때 방문한 나우신 칸(Nausheen Khan)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무슬림 여성들이 주도한 100일간의 철야 연좌농성 영화는 2019년 12월, 나우신 칸 감독의 모교이자 수도 델리 남부에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시민권 개정법’(CAA)에 반대하며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인 것으로 시작한다. 인도는 다언어, 다종교 국가(힌두교도 약 80%, 이슬람교도 약 14%)이다. 그러나 2014년에 들어선 모디 정권은 힌두 지상주의 정책을 시행하였고, 2019년에는 무슬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시민권 개정법(Citizenship Amendment Act, CAA)을 통과시켰다. 시민권 개정법은 인접 3개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들어온 사람들을 ‘불법 이민자’로 보지 않고,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귀화 요건도 대폭 완화하는 특례를 부여하였다. 그런데 그 대상이 되는 건 힌두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신자였으며 무슬림만 제외한 것이다. 인도 시민권법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를 기준으로 시민권 취득 자격을 차별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델리 학생들은 저항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과잉 진압에 나섰고 많은 학생을 체포했다. 공권력의 횡포에 항의하며, 학생들의 어머니이자 주민인 무슬림 여성들이 대학 인근의 샤힌 바그(Shaheen Bagh) 지구의 간선도로에서 철야 연좌 농성을 시작한다. ‘억압받고 무지하다고 여겨져 온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고양된 분위기와 충만함이 감도는’ 활동을 벌이는 것에 공감한 감독은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연좌 농성은 100일 이상 이어졌다. 인도 전역에서 지지자들이 방문해, 많을 때는 10만명 가까이 모이면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농성이 이어졌고 지방선거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민임을 증명하라’는 국가, 공적 증빙서류가 없는 여성들 “시민권 개정법과 그 이전에 시행이 공표된 국민등록부(National Register of Citizens, NRC) 작성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토지나 자산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권 증명서류가 애초에 없었거나, 결혼으로 성이 바뀌어 증명이 어려운 여성들입니다.” 국민등록부(NRC)는 국가가 모든 주민에게 ‘당신이 인도 시민이라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출생증명서와 토지 문서, 학교 기록 등 여러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인도에는 이런 서류가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과거 농촌에서는 여자아이의 출생 신고를 하지 않거나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가 많았으며, 여성이 결혼하면 거주지가 바뀌고 성도 바뀌기 때문에 출생 기록과 동일한 인물임을 증명하기 어려운 사례도 발생한다. 또한 토지대장이나 세금 납부 기록, 토지 등기 등은 대부분 남성 명의로 되어있다. 게다가 힌두 민족주의 정치가 강화될수록 이에 맞서 무슬림 공동체 내부에서도 정체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여성들은 전통적 성 역할을 더욱 강하게 요구받게 된다.
“정국의 변화로 순결을 강요당하거나, 자유를 규제당하는 것도 여성들이죠. 샤힌바그의 여성들은 쌓이고 쌓인 분노를 이제는 표출하겠다며 작정한 것 같았어요.”라고 나우신 칸 감독은 말한다. CAA(시민법 개정안)와 NRC(국민등록부) 철회를 요구하며 연좌 농성이 이어지는 동안, 나이 든 사람이나 젊은이 할 것 없이 무슬림 여성들은 철야 토론을 하고, 남성들의 개입을 뿌리치며 항의운동을 주도했다. “비폭력 저항운동이 가능한 것도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당번제가 만들어지고 식사나 아이 돌보기를 지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한 이렇게나 많은 여성이 모인 것만으로도 무슬림 여성의 젠더 역할과 규범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밤에 외출조차 해본 적 없는 여성들의 내면이 달라졌죠. 모여서 연대하면 인도 정권과 가부장제, 눈앞의 차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 후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도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식량 지원과 여성 교육을 지원하는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우신 칸 감독은 “저는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경제적 제약을 받지 않도록 부모님이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고 종교와 거리를 두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성들과 만나며 진짜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용기와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라고 고백한다. 샤힌 바그 농성이 이어지던 시기에, ‘델리 폭동’ 혹은 ‘델리 학살’이라 불리는 사태가 일어나 인도 사회의 정치적 대립과 사회적 분리가 가속되었다. 2020년 2월 델리 북동부에서 대규모 종교 폭력이 발생해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수백 채의 집과 상점, 모스크, 힌두교 사원 등이 파괴되었다. 희생자의 다수는 무슬림이었다. 인도 경찰은 폭동을 선도했다는 명목으로, CAA 반대 운동을 이끈 학생들과 시민운동가들을 집중적으로 체포, 기소하였고 이들은 장기간 재판을 받았다.
“정권은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지만, 무슬림의 정체성은 투쟁의 최전선. 암흑의 시대에도 평화적인 저항활동은 가능합니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원문 번역하고, 국내 독자들을 위해 〈일다〉 편집부가 보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