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여성농업인지원센터가 잇는 도시와 농촌① 토종씨앗 운동

횡성은 2021년 전국 최초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으로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씨앗을 뿌린 곳이다. 농촌에서 관행상 같은 노동을 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적게 받은 임금의 부족분을 지자체 지원금 등으로 보완하여 ‘성평등 임금’을 실현한 정책이다. 또한 지난겨울 ‘남태령대첩’에서도 호명된 '언니네텃밭 꾸러미' 사업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여성농민들이 토종씨앗으로 생산한 제철농산물을 도시의 소비자들이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직거래 사업이다.
 
횡성군은 여성농업인육성 지원 조례, 횡성군 토종농작물 보존·육성 조례,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 식생활교육 지원 조례 등 여성 농민의 삶과 직결된 굵직한 조례들도 제정한 바 있다. 이 모든 사업과 조례 제정의 교차점에는 횡성군 여성농업인단체협의회와 비영리법인 횡성 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가 있다.
 
이들 단체를 이끌어 온 한영미 소장과 토종씨앗 담당자이면서 언니네텃밭 활동가인 서근영 씨를 인터뷰했다. 농촌과 지역사회, 그리고 여성농업인을 위한 활동과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온 경험과 노하우를 총 3회에 걸쳐 들어본다. [편집자 주]
 
‘토종씨앗’ 기후위기의 대안, 지역생태계 다양성의 보루
 
왕가래팥, 녹두팥, 아주까리밤콩, 옥지기가지, 흰고구마, 흑수박, 보리밭완두, 붉은꽃완두, 흰당근, 밭벼, 당아욱, 산당귀, 차즈기, 하늘마…
지난 5월에 횡성 채종포(씨앗을 받기 위해 마련한 밭)를 방문했을 때 자라고 있던 작물들의 이름이다. 이름처럼 온갖 색, 다양한 모습으로 열매 맺고 있는 이 작물들은 횡성의 여성 농민들이 지키고 이어온 ‘토종’ 작물들이다.
 
토종씨앗은 일반 개량종과 달리, 농민들의 토착 지식으로 최소 30년 직접 갈무리하고 심어 온 씨앗이다. 기후와 토양 등 지역의 고유한 풍토에 적응해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고, 병충해나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강하다. 그래서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지역 생태계 다양성을 지킬 보루로 토종씨앗은 더욱 절실하게 호명되고 있다. (관련 기사: 토종씨앗은 “오래된 미래” https://ildaro.com/4816)
 
수십 종의 토종 작물들을 키우고 씨앗을 받아 이어가는 횡성 채종포는 얼핏 보면 200평 남짓한 평범한 밭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밭은 1970년대 초부터 농촌에서 진행된 통일벼 보급 등 대규모 영농 정책과 개량종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토종씨앗들이 복원되고 있는 밭이다. 횡성군 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토종씨앗 지킴이들이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토종씨앗을 수집했다. 그렇게 모은 씨앗들이 10년 넘게 채종포에서 재배되고 있다.
 

씨앗을 갈무리하고 저장하고 나누고…씨앗의 전승자, 여성농민
 
호미: 토종씨앗 운동이 다국적 종자기업의 GMO 농산물에 대항하는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걸로 알고 있어요. 횡성여성농업인센터에서 어떻게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주된 사업으로 하게 되었을까요?
 
한영미 소장: 토종씨앗 운동 초기에 환경운동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흙살림, 토종씨드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다같이 했지요. 여기서 토종씨앗 나눔을 하거든요. 근데, 농사 지어서 씨앗을 불려 온 사람들이 다 여성농민이었어요. 원래 씨앗을 갈무리하고 저장하고, 나누는 게 여성농민들이 해오던 일이에요. 기업농, 산업농은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전여농하고 토종씨드림, 그리고 우리 센터에서 이 운동을 주된 사업으로 만들었지요. 그렇게 채종포(씨앗을 채종하기 위한 공동 밭)를 시작했어요.
 
2005년에 시작된 채종포는 2009년 횡성 언니네텃밭 사업으로 이어진다. 전국 최초였다. ‘언니네텃밭’은 농산물 꾸러미 직거래 플랫폼이다. 토종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작물로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면, 구독자인 도시의 소비자들은 집에서 꾸러미를 받아본다. 횡성읍에 이어 한영미 소장이 사는 오산리에서도 언니네텃밭 꾸러미 2호점이 만들어졌다.
 
한영미 소장: 제가 1992년에 귀농해서 10년 동안 축사에 살면서 정말 농사일 열심히 했어요. 허리도 나갈 정도로. 그때 ‘찐 농사꾼’ 언니들, 동네 언니들이 정말 예뻐해주셨어요. 이 동네 ‘이효리’였어요. 그때는 차도 나 혼자만 있었어요. 장날마다 언니들이랑 장 구경 다니고, 언니들 건강검진 받으러 간다면 같이 다녔죠. 겨울이면 화투 치러 다니고 집집마다 커피 마시러 다니고.
 
근데 제가 여성농업인센터를 2002년에 시작했는데, 마을에서 읍으로 출퇴근하잖아요. 횡성읍 언니네텃밭도 시작하고, 센터 일에 집중하니까 동네 사람들 볼 일이 없는 거예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그래서 계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보자고 했는데, 그 사이 언니들이 다 없어졌어요. 돌아가시기도 하고, 도시로 떠나시고. 그러면서 후회가 몰려오는 거지요. 여성 농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된다고 활동하는 건데, 정작 내가 사는 마을이 비어가는데 뭐 하고 있나. 그래서 우리 동네에 ‘오산 언니네텃밭’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이건 우리 마을에서 해야 된다, 그래 가지고 마을 안에 들어와서 마을 언니들하고 일을 시작한 거죠.
 
그렇게 2010년부터 시작한 오산공동체가 갖은 부침을 겪으며 지탱해 오던 2022년에 서근영 씨가 횡성으로 귀농했다. 한영미 소장에게 서근영 씨의 귀농은 오랜 가뭄에 단비였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두 사람은 토종씨앗 운동으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서근영: 당시에 저는 서울에 있었어요. 서울여성회 회원이었고, 용산에서 공동육아에 참여하고 있었어요. 언니네텃밭 만들기 바로 전에 횡성 여성농업인지원센터에서 전통음식 전수사업으로 두부를 만들었거든요. 여기 두부가 너무 맛있어서 두부를 공동 구매해서 어린이집으로 배달 받으면 우리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왔죠. 좀 장난같이(웃음).
 
환경 모임을 하면서 토종씨앗 운동을 만났어요. 토종씨앗이 계속 지켜지려면 어디선가 소비돼야 하잖아요. 그 소비를 만들어내자고 ‘꾸러미’라는 게 만들어지고 전국여성연대, 서울환경운동연합, 서울여성회에서 소비자를 모으고, 생산자는 전여농에서 모으자 이렇게 된 거였죠. 전국여성연대 회원들이 먼저 꾸러미를 신청했지요. 저도 횡성에 농활 왔었죠. 소비자로 시작해서 2010년에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에서 상근자로 일하다가, 이후 횡성에 귀농하면서 이곳 센터에서 토종 사업을 맡고 있어요. 이젠 꾸러미 ‘생산자’도 되고요.

 
호미: 소비자에서 생산자까지, 엄청난 진급이네요.
 
서근영: 여기가 좀 그래요. 진급도 많이 시키고…. 하는 게 많아요.
 
서근영 씨는 센터에서 여성농민으로서 본인이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토종씨앗을 받는 채종포, 토종씨앗을 키우는 농부를 양성하는 ‘토종씨앗지킴이 양성교육’, 경로당 등에 토종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식생활교육 매니저 양성과정, 시민들에게 텃밭 한 줄을 분양하는 ‘한줄농사’, 횡성의 토종 씨앗들을 모아둔 씨앗도서관, 센터에서 매월 열리는 작은 장터-다섯시장, 토종씨앗축제 등이다.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 여성농업인지원센터가 있다.
 
채종포에서 ‘씨앗도 키우고 사람도 키우고’ 
언니네텃밭, 토종 한줄농사, 다섯시장…줄줄이 사업으로 이어져
 
토종씨앗 채종포는 이후 경기도 고양시 생협협의회 및 전 행복중심 생협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채종포’로 바뀌었다. 이 소비자 활동가들은 매월 횡성으로 채종포공동경작 활동을 하러 온다. 여성농민들과 함께 밭을 갈고, 작물을 심고, 씨앗을 함께 받는다. 모금을 통해 운영 기금도 매해 전달한다.
 
채종포는 토종 작물을 키우고 씨를 받아 이어갈 뿐 아니라 토종씨앗 지킴이 활동의 장으로, 소비자들의 현장 체험과 교육장으로도 이용된다. 4년 전부터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서 ‘토종 한줄농사’를 짓는다.
 
서근영: ‘토종 한줄농사’는 한 이랑씩 분양을 해서 한줄농사예요. 토종씨앗과 농사에 관심이 있는 지역민에게 분양했어요. 저희는 농촌에서 농사 안 짓는 사람들은 농사에 관심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의외로 땅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지었다는 듯이 신청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농사가 꼭 큰 땅이 필요하거나 전업농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여기는 나오는 땅들이 규모가 크니까, 작게라도 농사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오히려 별로 없거든요. 한줄농사를 통해 농민들이 멘토처럼 토종씨앗과 친환경 농법에 대해서도 알려주니 더 좋아하신 거 같아요.
 

한영미 소장: 작년에 토종씨앗 지킴이 교육에 참석한 교육생이 한줄농사를 신청했는데 나중에 50평을 분양받았어요. 자연스레 꾸러미 생산자가 되더라고요. 올해는 자녀교육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밭에 또다른 청년여성 농업인이 들어와 꾸러미 생산자가 되었어요. 그래서 한줄농사 밭이 저희한테는 의미가 커요. 토종씨앗에 대한 교육도 하고, 선후배 농민 간 교류하면서, 농업·농촌에 대한 토착 지식 같은 것도 전수되고요. 토종씨앗 농부를 길러내요. 올해 무경운, 무비닐 생태텃밭에도 처음으로 도전했어요.
 
서근영: 토종씨앗 지킴이 분들한테 씨앗을 드리고 심게 하죠. 이분들이 대부분 소농인데 친환경으로 작게 농사짓는 생산자들에게는 판로가 없어요. 지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파 한 단을 사려 해도 마트에 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지역 소비자들과 소농을 직접 연결하려고 만든 게 ‘다섯시장’이에요. 센터 앞마당에서 열려요. 큰 장은 아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채종포는 토종씨앗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사람을 키우고 관계 맺게 한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공유지다. 땅만 있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과 토착 지식까지 딸려 있는 이 공유지를 통해 토종씨앗 지킴이 양성과정이 만들어지고, 장터-‘다섯시장’까지 이어졌다.
 
다섯시장의 물품은 생산자 언니들이 만들어온 고추부각, 두부, 계란 등 언니네텃밭 생산물과 횡성양조에서 팥줄배기옥수수로 만든 전통 증류 소주, 우리밀 빵, 나무 도마 등 목공예품들까지 다채롭다. 봄에는 삼잎국화나물로 나물김밥을 만들기도 하고, 여름에는 토종팥 팥빙수를 만들어 먹는다.
 
'꾸러미 부엌 체험'도 있는데 꾸러미 채소로 반찬을 만드는 기회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미리 품목을 안내하고 신청을 받는다. 특히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할인가로 담아갈 수도 있다. 안 쓰는 물품을 서로 나누는 ‘아나바다 장터’도 동시에 열린다.
 
여성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들은 식생활 교육의 교재가 되기도 한다. ‘횡성 식생활네트워크’에서 양성한 식생활교육 활동가들은 토종 농산물을 가지고 어린이집, 학교,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찾아간다. 이 교육에서 참여자들은 토종 농산물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맛보며 농업·농촌, 로컬 푸드, 토종의 가치를 배운다. 지역 먹거리를 사고 먹는 일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건강을 돌보고 지역과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실천임을 알아간다.
 
채종포에서 받은 씨앗은 센터 안 ‘씨앗도서관’으로 모인다. 도서관은 토종씨앗을 보관하고, 횡성의 농민들과 나누는 거점이 된다. 씨앗도서관의 조그마한 병들에 알알이 들어있는 씨앗들은 예술작품을 방불케 한다. 퍼렁콩, 검은 옥수수, 흰 땅콩, 메옥수수, 뚱오이, 돼지파…. ‘같은 씨앗도 키우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는 한영미 소장의 이야기까지 들으면, 씨앗들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여성농업인지원센터 한켠에 있는, 작지만 씨앗을 나누고 토종씨앗 축제도 열리는 넉넉하고 다채로운 도서관이다.
 

“남태령에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젊은이들이 생산자로, 소비자로 합류하면서 생기는 변화들
 
서근영: 우리 센터에 토종씨앗 지킴이 교육 받으러 오셔서 꾸러미로 이어진 분들 중에 젊은 분들이 계셔요. 이분들이 생산을 하면 또 이 꾸러미가 달라져요. 한 친구는 혼자서 토종씨앗 40~50종을 하는 친구도 있어요. 상추만 해도 6~7가지를 해요. 저희도 이 친구들 덕분에 몰랐던 걸 알아가요. 개량종은 빨리 수확하잖아요. 근데 토종은 “하도 안 달려서 파버릴까 하는데 달리더라”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그러니까 개량종도 심고 토종도 심으면 수확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긴 거예요. 그래서 꾸러미에 물건을 계속 낼 수가 있죠.
 
한영미 소장: 꾸러미가 어렵기는 해도, 그래도 이어가요. 이게 지역에도 여성농민에게도 크게 도움이 돼요. 여성농민이 직접 가격을 매기고, 여성농민 계좌에 돈이 들어가니까요. 적은 금액이지만요. 기후정의나 식량주권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가 없어요. ‘접어야 하나’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요. 작년부터 언니들 빈 자리에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언니들처럼 온전히는 못해도, 농지은행 통해서 농지도 분양받아서 농사짓는 친구도 있고, 토종씨앗 지키는 활동하면서 들어온 청년 초보 농사꾼도 있고요.
 
빈티지 샵을 하는 친구는 오전에 와서 작업을 해 주고 점심 먹고 가는 거죠. 서울 간 친구도 일주일에 이틀이나 삼일 와서 일하죠. 평생 농사를 짓고 있었던 언니, ‘찐농민’ 언니가 지난 주에 합류했어요. 그 언니는 농사도 짓고 요양보호사도 하시는 분인데, 성평등 교육 같이 들으면서 만난 분이에요. 센터에서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활동가들이 만들어져요. 정말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죠.
 
서근영: 이번에 좀 놀랐던 게, ‘남태령’을 기점으로 꾸러미 회원도 작년에 많이 늘었어요. 후원도 늘었고. 언니네장터 이용자가 크게 늘었어요. 남태령 때 자유발언에서 “저 언니네텃밭 꾸러미 회원이에요.”하는 분도 계셨고…. SNS 통해서 많이 이야기됐나 봐요. 꾸러미가 전체적으로는 하향 추세였던 게, 소비자가 대부분 1인가구라 집에서 밥을 해 먹을 수가 없잖아요. 지금은 1인 꾸러미도 있지만, 대부분 배달을 해 먹거나 포장해 오거나 이러니까. 그 와중에 늘었다라는 게, 이 사람들은 누구지? 우리에게 이런 결과들이 온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뿌듯하고….
 
작년에 ‘다섯시장’에 서울여성회에서 왔어요. 센터에서 도농 교류 사업을 하거든요. 차 한 대가 왔는데, 완전 젊은 친구들인데, 남태령 친구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여성농민들하고 교류하기 위해서 왔다는 거예요. 올해 또 한 번 올 거예요. 이런 흐름을 상설화해야겠다, 그 친구들에게 부스 하나를 줄 수도 있죠. 그리고 농사짓는 언니들도 좀 새로운 공기를 쐬고 싶잖아요. 새로운 음식도 먹고 싶고.
 
“농촌 공동체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공익적 지원 필요합니다”
 
호미: 토종씨앗 사업이 씨앗을 지킬 뿐 아니라 지역과 도시, 농촌을 잇고 있네요. 이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요?

 
한영미 소장: 토종씨앗 공부하기 위해 왔다가 꾸러미 생산자가 되시는 분들이 매년 조금씩 늘고 있는데요. 채종포나 언니네텃밭, 여성농업인센터는 청년여성 농업인에게는 농촌에서 살아갈 힘을 키우고 자기 농사를 배울 수 있는 거점이 된다고 봐요. 정부가 귀농귀촌정책 사업으로 청년들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자기 농사 짓는 거에만 주지, 지역 농촌공동체에 들어가서 뭘 해보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농사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들, 농촌 지역사회 공동의 가치를 도모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공익적 지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호미: 귀농하신 근영 씨에게도 여쭤볼게요. 농촌에 살고 싶거나 농사를 짓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서근영: 저는 내려오는데 걱정하거나, 뭘 준비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안 했어요. ‘언니들이 있으니까 가면 되지.’ 하고 왔기 때문에 정말 고민 없이 간다 했죠. 처음에 여자 둘이 내려와서 사는데 걱정하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런 걱정은 거의 안 해봤어요. 이미 오랫동안 마을에 자리잡은 언니들이 저와 함께하는 거잖아요. 든든하죠. 안정감이 크죠.
 
호미: 마을살이는 어떠세요? 도시는 ‘마을’이라는 걸 실감하기 어렵지만, 귀농귀촌을 하는 동시에 마을공동체 성원이 되잖아요. 귀농귀촌했으면 마을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
 
서근영: 그쵸. 근데 저는 그냥 여성농민회와 센터에 녹아든 거 같아요. 농촌 언니들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더 큰 것 같아요. 센터를 통해서 횡성을 알아가요. 좋은 사람을 알아가고, 맛있는 식당도 알고. 서울에 있을 때도 접하기 어려웠던 좋은 교육을 받고 있어요. 센터는 그냥 막 도와줘요. 그냥 이 사람이 농촌에 왔다, 정착하겠다는 사람이다 하면, 할 수 있는 한 다, 최대한 도와줘요. ‘이렇게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해요.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에 온다는 게, 사실 너무 큰 전환이잖아요. 미리 알 방법도 없고, 엄청난 결단이 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너무 많은 준비를 하는 거예요. 돈도 필요하고, 농사 교육도 엄청 들어야 되고, 작목을 미리 정해가지고 내려오라고…. 일반 귀농귀촌 교육이 그렇게 진행되더라고요.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삶에 관심이 있고 농사를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이라면 농사를 시작했고 안 했고를 떠나서 먼저 여성농업인지원센터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여기서 정말 좋은 여성농민, 언니들을 만날 수 있어요. [2부에서 이어집니다]
 
[필자 소개] 호미 : 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여성농어업위원회 위원, 장애활동지원사, 동화집필 노동자이다. 서울에서 귀농했다가 도시로 역이주했지만 다시 귀농 준비를 하고 있다. 여자들이 귀농하기 만만치 않지만, 그 여자들도 만만치 않다는 걸(지민주 노래 ⌜세상에 지지 말아요」를 따라썼다) 드러내려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