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회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북토크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의 한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살해 사건은 한국 사회에 거대한 균열을 냈다. 일상적인 공간조차 여성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자각은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불안과 공포를 안겼으며, “나도 우연히 살아남았을 뿐”이라는 각성을 가져왔다. 죽음조차 ‘화장실녀’라는 이름으로 조롱당하는 현실 앞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다. 강남역 벽면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추모의 목소리가 모였고,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이들이 여성폭력에 경종을 울리며 행동에 나섰다.
 
여성폭력은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구조적 문제’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6년, 서울여성회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부터 5월 17일 추모의 날까지를 집중 추모행동 기간으로 선포하고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를 열고 캠페인을 벌였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고 피해자를 애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여전히 끊이지 않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폭로하며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었다.
 
150개 여성·시민단체가 연대한 추모행동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전국 주요 도로 위에서 펼쳐진 ‘다이인(die-in) 퍼포먼스’였다. 참가자들은 “추모를 넘어 행동하라”는 슬로건을 온몸으로 구현하기 위해 맨땅에 드러누웠다. 3월 7일 찬 바람이 불던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된 추모행동은 부천과 수원, 춘천, 제주, 대구, 목포 등을 거쳐 5월 17일 강남역 뜨거운 아스팔트 위까지 이어졌다. 강남대로에 누운 500여 명의 참가자는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생존의 위협을 사회에 알렸다.
 
최근 서울여성회는 77일간의 집중 추모행동 여정을 기록하고 성평등 사회의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책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10년, 세상을 바꿔온 여성들』을 펴냈다. 추모행동 기획단들은 전국 각지를 방문해 성평등과 젠더폭력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지역의 페미니스트들과 교류하였고, 대학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와 탈정치화에 맞서 행동해 오고 있는 대학생들과도 만났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아 낸 것이 이 책이다.
 

지난 7일 저녁, 서울여성플라자에선 책 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가 개최되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윤미영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1부에선 박지아 공동대표가 지난 추모행동의 여정을 돌아보았고, 2부에선 강나연 서페대연(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운영위원, 이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교수, 로리주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침묵을 깨고 광장으로 나온 여성들, 지난 10년 일궈낸 변화
디지털 성범죄 공론화, ‘낙태죄’ 폐지, 성평등 민주주의 광장의 주역…
 
강남역 사건 이후 10년 동안 많은 여성들이 거리와 온라인, 그리고 제도적 영역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의 성평등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해 왔다. 10년의 여정 속에 거둔 큰 성과는 무엇일까?
 
이현재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의 개념화와 사회적 공론화”를 꼽았다. 온라인 공간에 깊이 뿌리박힌 여성혐오 구조를 폭로하고 법적 규제를 이끌어낸 것은 여성 청년들의 각성과 끊임없는 투쟁 덕분이었다고 짚었다.
 
더불어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투쟁 역시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여성들은 단순히 ‘낙태죄 폐지’라는 사법적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개개인의 상황과 권리를 포괄하는 ‘재생산권’이라는 언어를 선언하며 성적 권리와 임신·출산의 아젠다를 새롭게 정립했다”고 말했다.
책 『그날 강남역에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10년, 세상을 바꿔온 여성들』(서울여성회 기획, 디자인FINE)은 소셜 펀딩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서점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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