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중국 사람들이~’로 시작하는 말〉유독 무더운 여름, 오랜만에 동생네 가족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 중에 올케가 말했다. “언니, 아파트 단지에서 중국 사람들이 밤에 매미를 잡으러 다닌대요. 부부인지 중년의 남녀가 헤드랜턴을 쓰고 나무를 위에서부터 훑으면서 매미를 찾는대요. 그리고 그거 먹는대요” ‘중국 사람들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말 퍼뜨리는 사람이 직접 물어봤대? 그 사람이 중국 사람이라고 했대? 이거 조심해야 하는 말이야!” 올케는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라며, 글을 올린 사람이 궁금해서 직접 물어봤고, 매미를 먹으려고 잡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내가 일하는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에서 만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마침 검정고시 수업 시간에도 매미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에서 온 학생 한 명은 매미 허물이 약으로 쓰이기도 하고, 먹기도 한다고 했다. 검색해 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여러 지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내용보다 제목이었다. ‘중국인들 OO(지역명)에서 매미를 잡아먹고 있다’ 문제 행동은 비판해도, 국적까지 판단해서는 안 돼
작년에 우리 센터 근처에 중국인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이 생겼다. 최근 들어 이른 아침부터 면세점을 찾는 대형 버스들이 많아졌다. 센터를 방문하는 손님들 가운데는 면세점 때문에 센터가 이곳에 생겼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외근을 다녀오는 길에 면세점 앞 카페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거기 중국 학생들 많죠?”라고 나에게 질문하고 머뭇거리던 사장님은 말했다.“제가 요즘 중국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사장님은 면세점에 오는 사람들이 카페에 들어와 음식을 사지도 않은 채 앉아 이야기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바쁜 시간에 카페 앞에 서서 계속 말을 걸어 영업을 방해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중국어로 안내문을 붙여도 소용이 없고, 손님들에게 매번 뭐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자신이 즐겁게 살려고 연 카페인데 요즘은 전혀 즐겁지 않다며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장님의 답답함이 이해됐다. 영업을 방해하고 남의 공간을 함부로 이용하는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다. 국적을 떠나 그런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국인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를 붙여야 하나’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사장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나 역시 그것이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카페를 나와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행동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판하면서도 그 사람의 국적까지 일반화시켜 함께 판단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중국을 대표하지 않아도 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센터의 학생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중국 국적의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저도 그런 사람들 보면 너무 부끄러워요. 그래서 친구랑 밖에 나가면 중국어 하나도 안 사용해요. 저도 중국 사람들이 그러지 않게 뭔가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학생은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책임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의 행동이 자신의 행동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나는 늘 학생들에게 부담 아닌 부담을 준다. “밖에 나가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해. 사람들은 한 사람의 행동을 그 나라 사람 전체의 이미지로 생각하기도 하거든. 한 사람의 행동 때문에 그 나라 사람들이 욕을 먹을 수도 있어.” 이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솔직하게 나는 학생들에게 ‘너는 중국을 대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다. 결국 나는 학생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사람이 된다. 한국어, 문화 차이, 낯선 환경 등으로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며 겪는 어려움은 정말 많다. 그런데 중국에서 온 학생들은 여기에 하나의 부담을 더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인’을 일반화해서 부정적인 꼬리표를 다는 한국 사회의 선입견 때문이다. 편견을 바꾸는 건, 새로운 경험과 열린 마음 올해 2월부터 〈이주민센터 친구〉에서는 중국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보는 활동의 하나로 ‘현대중국도시기행’을 시작했다. 두 번째 도시를 만날 준비를 하던 중, 텔레비전에서 〈언더커버 셰프〉(tvN)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세 명의 한국인 셰프가 해외 현지 식당에 주방 막내로 위장 취업하는 포맷인데, 정지선 셰프는 중국 청두의 오래된 대형 식당에서 촬영하였다. 주위에 여러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보라고 추천해줬는데, 보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감상평도 좋았다. 정신없이 바쁜 주방에서도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는 직원들, 식당 주인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정신, 셰프들이 막내를 환대하고 아낌없이 격려하는 모습 등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해당 방송 유튜브 클립 영상들에는 ‘중국 사람들에 대한 오해가 사라진 것 같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또, 비슷한 시기에 MBC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 중에서 유명 트로트 가수(박지현)가 어린 시절 살았던 중국 도시 상하이를 추억하며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최근 우리 지역에서 자주 언급되는 ‘혐중’ 관련 이야기와 ‘중국’이라는 단어에 붙어 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왜곡된 생각을 바꾸게 하려면 교육이나 캠페인, 잘못된 정보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그런 노력은 필요하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왜 문제인지 이야기하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은 ‘이미지’는 논리만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누군가 “중국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합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주입식 교육이나 캠페인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중국에 가서 여행하고, 현지 음식을 먹고, 현지 사람을 만나고, “이곳이 정말 좋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주장이라기보다 하나의 간접 경험으로 다가온다. 좋아하는 여행 프로그램 하나, 영화 한 편, 유튜버의 영상 하나, 누군가의 개인적인 추억 하나가 반복되면서 ‘중국’이라는 단어에 붙어 있던 이미지가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겠다. 가령 어느 여행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한 도시를 찾았는데, 현지 사람들이 매미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해 보자. 시청자는 “아, 저 지역에서는 저런 것도 먹는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먹으며 “생각보다 맛있다”고 말한다면 또 다른 경험이 된다. 매미를 잡거나 먹는 행동은 달라진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맥락이다.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중국 사람들이 매미를 잡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한국인들에게 정말 낯설었던 것은 매미를 잡는 일이었을까? 우리가 더 깊이 살펴봐야 할 것은 매미가 아니라, 그 말 앞에 너무 자연스럽게 붙어버린 ‘중국 사람’이라는 네 글자인지도 모른다. [필자 소개] 신혜영 :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장. 2022년 서울시가 설립하고 2025년 4월부터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가 위탁 운영하는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기관에서 일한다. 2007년부터 이주배경 청소년을 만나기 시작해, 그간 이주민 밀집 지역에서 이주배경 청소년과 가족을 지원하고 다문화 인식 개선 활동을 펼쳐 왔다. 2022년부터 서울시 서남권으로 활동 지역을 옮겨 중도입국 청소년의 건강한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