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중장비社 캐터필러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호실적
직전분기 매출 역대최대 달성
디어 주가도 올 40%넘게 올라
원자재값 변동성은 불안 요소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확대 흐름을 일컫는 이른바 ‘인프라노믹스(Infranomics)’가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전력망 교체, 제조업 리쇼어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실물 설비 투자가 확대되자 캐터필러(CAT), 디어앤드컴퍼니(DE·존디어) 등 전통 산업재 기업들이 ‘AI 인프라 수혜주’로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캐터필러는 759.7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4월 300달러 안팎에 머물던 캐터필러 주가는 이후 꾸준히 우상향 흐름을 이어오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77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0% 넘게 급등하면서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2700억달러 수준에서 최근 3500억달러 선을 넘어섰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과거 경기 민감주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평가받는다. 굴착기, 불도저 등 단순 건설장비 판매 중심의 기존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와 전력·에너지 솔루션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이루면서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대형 발전기와 엔진, 산업용 가스터빈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력·에너지 부문이 핵심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캐터필러는 지난달 29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91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력·에너지 부문 매출이 23% 성장한 77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사상 최고 수준의 수주 잔고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액은 약 510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캐터필러는 올해도 건설산업, 전력·에너지 부문 등에서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관세 비용 상승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캐터필러를 전통·AI 인프라를 동시에 아우르는 기업으로 재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마이클 슐리스키 DA데이비슨 애널리스트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캐터필러는 핵심 사업 부문 전반에서 2026년까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했다”며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가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최근 목표주가를 735달러에서 825달러로 상향했다.
경쟁사인 디어앤드컴퍼니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농슬라’(농기계+테슬라의 합성어)로 불리는 디어 주가는 지난해 말 460달러 수준에서 이달 20일 기준 662.49달러로 40% 넘게 상승했다.
다만 디어는 농기계 비중이 높아 캐터필러에 비해 인프라 투자 수혜가 직접적이지는 않다는 평가가 있다. 디어는 자율주행과 AI 정밀 제어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기계 확대에 주력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농산물 가격 하락 등 업황 둔화 영향으로 주가 흐름 역시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디어는 19일 2026회계연도 1분기(2025년 11월~2026년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어난 9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주가가 하루 새 11% 넘게 급등했다. 농기계 시장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건설·삼림(Construction&Forestry)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4%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인프라 투자가 디어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면서 올해 순이익 가이던스는 기존 40억~47억5000만달러에서 45억~50억달러로 상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