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고시원 방 안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려던 규제 완화 방안을 두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전월세 부담 등을 고려해 고시원을 도심 주거 대안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열악한 주거를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의 행정예고 과정에서 고시원 이용자, 관련 협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욕조 설치 완화 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고시원으로 분류되는 다중생활시설의 개별실에 욕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에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던 책상 등 학습시설 관련 규정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제도는 고시원이 당초 학습시설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사실상 독립적인 주거시설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별실 내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를 제한해왔다. 학습자가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전셋값과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주거 환경이 달라졌다. 국토부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고시원을 단순한 학습시설이 아니라 도심 내 주거 대안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시원 개별실의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등 건축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려 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고시원에 욕조를 설치할 게 아니라 고시원보다 나은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시원에 살아보지는 못하더라도 사는 사람들 얘기라도 들었어야 한다”, “그 좁은 방에 욕조를 넣으면 습기와 곰팡이는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거 불안정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우롱하는 것”, “고시원에 욕조를 넣는다고 빌라나 아파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창문도 없는 곳이 있는데 욕조는 무슨 의미냐”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보다 고시원을 사실상 주거시설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국토부는 행정예고 기간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욕조 설치 완화 규정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