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높은 임대료 감당 못해
취업해도 고시원·자취방 전전
회기·이문동 일대 40만~60만원
다른 곳 더 비싸…재계약 수요↑“취업할 때까지는 여기서 버텨봐야죠.”
22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만난 박 모(26·경희대) 씨는 이달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다니던 학교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수험생이 많아 분위기가 어두운 노량진 등의 지역과는 달리 대학가는 활기가 넘쳐 가슴이 트인다”며 “보증금과 월세는 대전에 계신 부모님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직장을 구할 때까지는 학교 근처에 머무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난으로 졸업생들은 대학가를 떠나지 못하는 반면 새 학기를 앞두고 신입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대학 인근 주택 밀집 지역의 임대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특히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서울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이 대학 인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에도 5년 넘게 휘경동에 거주하고 있는 최 모(29) 씨는 “당산이나 마포 등 다른 지역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곳이 타협 가능한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월 소득 대비 월세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 선이라면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현재 회기·휘경·이문동 일대의 월세는 보증금 500만 원에 40만~60만 원 선으로 최근 수요가 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집주인들이 월세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12월부터 2월 사이 신입생이 들어오고 졸업생이 빠져 매물이 순환했는데 요즘은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이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을 구한 졸업생까지 대학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대학가 이외 지역의 월세가 사회 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졸 신입 사원 평균 연봉은 3675만 원이다. 소득세와 4대 보험 등을 제외하면 매달 200만 원 초중반의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50만~60만 원을 넘어서는 월세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영등포구 당산역 일대 원룸 21㎡형의 경우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50만원, 괸리비가 10만 원 정도다. 마포의 배후 주거지역인 6호선 효창공원역 인근 비슷한 면적의 원룸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 관리비 5만 원 정도다. 한국외국어대 졸업을 앞두고 이문동 소재 월세 57만 원의 원룸에 거주하고 있는 양 모(23) 씨는 “방 크기나 컨디션을 생각하면 솔직히 비싸지만 다른 곳은 더 비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구조와 주거 시장이 맞물린 이 같은 현상이 구조적인 병목현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사회로 이행해야 할 학생들이 대학가에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정된 공간 안에서 신규 수요가 겹치니 거주 공간 확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데 근본적으로는 취업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