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토종 기업을 살리자’는 움직임에 힘입어 급등했던 이른바 ‘애국주’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주가가 60% 넘게 떨어진 종목이 나오는 등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면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응원 투자’의 한계가 드러나는 모습이다.
3730원→1353원…한 달 만에 60% 넘게 빠진 모나미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나미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5.98% 내린 1353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6일 기록한 고점 3730원과 비교하면 63.7% 떨어진 수준이다.
올해 들어 줄곧 약세를 보이던 모나미 주가는 지난달 상장폐지 기준 강화와 맞물려 급격히 뛰기 시작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당시 일본산 필기구를 대체했던 토종 브랜드라는 사실이 다시 조명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제품 구매와 주식 매수 인증이 이어졌다. 지난달 말 1200원 안팎이던 주가는 보름여 만에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게맛살 브랜드 ‘크래미’로 알려진 한성기업도 비슷했다. 지난 6월 26일 4145원이었던 주가는 ‘애국기업 살리기’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달 10일에는 29.95% 오른 8460원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닷새 동안 주가가 80% 가까이 뛰면서 시가총액도 525억원으로 불어나 상장폐지 우려에서 일단 벗어났다.
상승세는 이어져 지난달 15일에는 1만452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1일 5150원까지 밀렸다. 고점과 비교하면 약 64.5% 떨어진 수준이다.
두 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는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했다. 규정 시행 사흘째인 지난달 3일 한성기업의 시가총액은 262억원, 모나미는 250억원으로 모두 기준을 밑돌았다.
참전용사 후원·토종 문구 조명되자 “상폐 막자”

‘애국주’ 열풍은 지난달 강화된 상장 유지 기준에서 시작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시가총액 기준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했다. 규정 시행 사흘째인 지난달 3일 한성기업과 모나미의 시가총액은 각각 262억원, 250억원으로 기준을 밑돌았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애국기업을 살리자’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한성기업이 25년간 6·25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구매와 주식 매수 인증이 이어졌다. 모나미는 ‘토종 문구기업’이라는 점이 부각됐고, 복지시설 등에 가구를 기부해온 에넥스와 국내 속옷 브랜드 비비안도 ‘애국주’로 묶였다.
주가가 치솟자 시가총액도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달 16일 한성기업은 901억원, 모나미는 704억원까지 늘었고 비비안과 에넥스도 각각 331억원, 326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여 만에 분위기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21일 기준 시가총액은 한성기업 319억원, 모나미 255억원, 비비안 230억원, 에넥스 259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모나미와 비비안, 에넥스는 다시 코스피 상장 유지 기준인 30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다만 당시 주가 상승을 개인투자자의 ‘애국 매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성기업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기타법인과 기관은 각각 2억2527만원, 1억42만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억1824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액면병합까지 나섰지만…결국 살아남으려면 실적

결국 관건은 실적이다. 모나미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9% 늘었다. 필기구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사업인 화장품에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성기업 역시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대응해 액면병합을 추진하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추진된 액면병합은 276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 5건과 지난해 12건을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액면병합만으로 주가를 지탱하기도 쉽지 않았다. 올해 2월 12일부터 7월 15일까지 주식병합 후 신주 상장을 마친 156건 가운데 130건(83.3%)은 신주 상장일보다 7월 15일 주가가 낮았다.
상장 유지 문턱은 내년 더 높아진다. 내년 1월부터 시가총액 기준이 코스피 500억원, 코스닥 300억원으로 상향돼 일시적인 주가 급등만으로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병합 등으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했더라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대 등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시장에서 더욱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