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볶음밥까지 먹는 습관, 죄책감이 든다면 기름보다 밥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고지혈증과 당뇨병은 서로 다른 병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같다. 탄수화물 중심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라는 똑같은 생활 패턴에서 자란다.
21일 질병관리청의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은 한국 성인 약 절반이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 됐다. 30세 이상 성인 중에서는 40.5%가 이상지질혈증을 보인다.
당뇨병 유병률도 19세 이상 성인 기준 9.4%로, 전년(9.1%)보다 소폭 늘었다. 고콜레스테롤 치료자 10명 중 8명은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으로 조절되는 등 치료 효과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정작 유병자 중 실제로 치료받는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두 질환이 같은 뿌리를 갖는다는 게 의료진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액 속 중성지방이 빠르게 늘어 고지혈증으로 이어진다. 쌀, 감자, 고구마, 과일처럼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 대부분에 탄수화물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설탕, 사탕, 초콜릿, 과자, 가당음료처럼 정제된 당류는 흡수 속도가 빨라 중성지방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대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당 변동성이 커지면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되고 결국 당뇨병 전 단계와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만들어진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빵이나 떡, 밥처럼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을 먼저 먹으면 혈당과 중성지방이 동시에 치솟아 췌장과 지방대사에 이중으로 부담을 준다.
전문가들은 고지혈증을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지방 섭취량보다 탄수화물 과잉이 원인인 경우가 더 흔하다는 설명이다. 혈액검사에서 고지혈증과 당뇨 전 단계가 함께 발견되는 사례가 잦은 이유도 여기 있다. 공복에 정제 탄수화물을 먼저 먹는 식습관과 운동 부족이라는 생활 패턴이 두 질환에 똑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양학 전문가는 탄수화물이 중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다 섭취하면 남는 에너지가 중성지방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흰 쌀밥 대신 현미나 귀리 같은 통곡물을 선택하고, 빵이나 감자, 고구마를 간식으로 반복해서 먹는 습관은 줄이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고지혈증은 지방만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포화지방과 단순당, 정제 탄수화물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설탕이 들어간 음료나 디저트는 혈당과 중성지방을 동시에 높이는 대표 원인이라 절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수화물 관리, 이렇게 시작하면 된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실천법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식사 패턴 자체를 바꿔야 한다. 흰 쌀밥은 현미, 귀리, 통밀 같은 통곡물로 바꾸고, 공복에 빵이나 떡, 밥처럼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부터 먹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감자나 고구마, 빵을 간식으로 반복해서 먹는 습관도 줄이는 게 좋다.
설탕, 사탕, 초콜릿, 과자, 케이크 같은 단순당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특히 가당음료나 과일청, 시럽, 꿀은 혈당과 중성지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1순위 요인으로 꼽힌다.
식이섬유 섭취량도 충분히 늘려야 한다. 식이섬유는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줄이고 배설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삼겹살이나 가공육 같은 포화지방은 줄이고 고등어나 견과류 같은 불포화지방 섭취는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고지혈증과 당뇨 전 단계는 별개의 병이 아니라 같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밥과 면, 빵 중심인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감안하면 위험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고지혈증과 당뇨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