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24일 대이란 압박안 공개
갈리바프 "이라크와 자국통화 거래"
군사전 장기화 속 경제전 전면 부상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이란 정권 붕괴를 목표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자 이란이 이라크와의 경제협력과 탈(脫)달러를 앞세운 '제재 버티기'에 나섰다.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전쟁의 무게중심을 경제전으로 옮기자 이란도 주변국과의 교역망을 활용해 제재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이란 측 종전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란과 이라크 기업인 대표들을 만나 "미국의 추가 경제제재에 대응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슬람 국가들의 자원과 원자재를 보면 우리의 적들이 이를 약탈하기 위해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부당한 제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안보를 하나의 전선으로 규정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및 이라크와의 직접적인 군사 대결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경제전쟁과 "인지전"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특히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과 이라크의 경제 관계를 확대하고 양국 간 무역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늘려 달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망을 활용해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만큼 달러를 거치지 않는 결제망을 넓혀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움직임은 미국이 대이란 경제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며 오는 24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조직적인 경제적 고립"이라고 규정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도 사실상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구매와 자금 이전은 물론 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원유 환적 등 제재 우회 거래까지 겨냥할 방침이다. 이란과 거래를 이어가는 기업과 국가를 겨냥한 '2차 제재'를 강화해 이란 경제를 국제 금융·무역망에서 사실상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베선트 장관은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합하면 이란 정권의 군사비 조달 능력을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과 경제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리는 이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군사작전보다 경제압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최대 경제압박을 가하는 동안 대규모 군사행동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40년 넘게 미국의 각종 제재를 받아온 만큼 경제압박만으로 정권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이 이란의 돈줄을 얼마나 촘촘하게 차단하느냐와 중국·이라크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이 미국의 제재에 얼마나 동참하느냐가 향후 경제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