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조연' 머물던 치킨버거, 저렴한 가격에 '주목'
"런치플레이션 장기화할수록 수요 늘어날 것"'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흐름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사 메뉴의 대명사였던 햄버거마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치킨버거'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버거 업계는 최근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버거킹은 대표 메뉴 '와퍼' 단품 가격을 7200원에서 74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세트 가격은 1만원에 육박한다. 맥도날드도 빅맥 단품 가격을 5700원으로 올리는 등 35개 메뉴 가격을 100~400원 인상했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 소고기 패티 가격이 상승한 게 주원인이다.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물류비 변동에 취약한 소고기 패티와 달리 치킨 패티는 원재료 가격이 소고기 대비 최대 30~40%가량 낮고, 국산 원료 비중도 높아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업계가 '가격 방어 카드'로 치킨버거를 꺼내 든 이유다. 점심 시간대를 이용하거나 쿠폰을 사용할 경우 실구매가가 내려가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판매량도 호조세다.
버거킹이 내놓은 치킨버거 '크리스퍼'는 출시 3개월 만에 200만개 이상 판매됐다. 롯데리아가 선보인 '통다리 크리스피치킨버거' 또한 2주 만에 100만개 판매를 돌파하며 목표 대비 200%가 넘는 실적을 냈다. 맥도날드 역시 '맥크리스피' 라인업을 강화하며 치킨버거 비중을 키우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바삭한 식감과 풍부한 육즙의 치킨버거로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자 치킨업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치킨이 저녁·야식 메뉴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점심 매출을 치킨버거로 확보하겠다는 포석. 치킨 한 마리에 비해 치킨버거는 조리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회전율이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bhc는 서울 개포자이스퀘어점에서 치킨버거를 시범 판매한 결과, 점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까지 커지자 판매 점포를 서초교대점·구의역점으로 확대했다. 교촌치킨은 판교 사옥 1층에 델리 브랜드 '소싯'을 론칭해 치킨버거와 샌드위치를 판매 중이고 BBQ 역시 복합매장 모델을 통해 버거 메뉴를 운영하며 점심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버거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3000억원에서 2025년 5조원 안팎으로 성장했다. 10년 만에 2배 이상 커진 셈이다. 혼밥 문화가 확산과 빠른 식사 수요가 맞물리며 버거 시장이 확 커진 셈이다.
여전히 소고기 패티를 사용한 버거 매출 비중이 높아 치킨버거가 당장 시장 주류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사이드 메뉴 취급을 받던 치킨버거가 고물가 국면에서 '저렴하면서 만족감 높은 한 끼 식사'로 떠올랐다는 점은 업계도 인식하고 있다.
한 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주력 메뉴는 여전히 소고기 패티이지만, 가격 방어와 신규 수요 유입 측면에서 치킨버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은 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기에 런치플레이션이 장기화할수록 치킨버거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