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에도 돌아갈 수 없었던 태극마크
노메달에도 중국에 감사 메시지
“포기하지 않은 과정이 더 중요”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예선에서 임종언과 중국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노메달로 대회를 마친 뒤 과거 황대헌과의 갈등에 대해 “다 지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자신을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세워준 중국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린샤오쥔은 21일(한국시간)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평창 이후 긴 공백을 돌아보며 “이번 무대가 평창올림픽 이후 8년 만에 출전한 두 번째 올림픽”이라며 “8년이라는 시간이 길면서도 짧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제 인생의 전부가 쇼트트랙이었다”며 “앞으로 선수로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재밌게 달리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2019년 대표팀 훈련 중 발생했던 사건의 당사자인 황대헌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다 지난 일이고 그 일에 대해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며 “지난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린샤오쥔은 “어렸던 시절 힘든 일을 겪으며 더 단단해진 것 같다”며 “인생사 새옹지마 아니겠느냐. 운동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 경기를 앞두고 한국 임효준(왼쪽)과 황대헌이 손을 잡고 격려하는 모습. [연합]

린샤오쥔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임효준이라는 이름으로 남자 1500m 금메달·500m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듬해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선수들 간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동료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일부가 노출되며 강제추행 논란에 휘말렸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고, 1심에서는 벌금 3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해당 행위만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며 무죄가 선고됐다. 이후 검찰의 상고도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법적으로는 결백이 인정됐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징계와 공백 속에서 대표팀 복귀가 어려워진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중국 귀화를 선택했고, 2021년 무죄 판결이 나왔을 때는 이미 국적 변경이 완료된 뒤였다.
귀화 직후에도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했다. IOC 규정에 따라 국적 변경 후 기존 국가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을 경우 최소 3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고,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가 귀화 후 첫 올림픽 무대였다.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황대헌이 인터뷰하는 모습. [연합]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대회를 마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올림픽 복귀 자체에 의미를 뒀다. 린샤오쥔은 자신의 SNS에서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조국에 감사하다. 이 영광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항상 제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명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년 동안 함께 싸워준 팀 동료와 코치진, 가족,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중국 쇼트트랙의 미래는 점점 더 밝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 전 종목과 계주까지 출전했으나 메달을 따내지 못했고, 일부 중국 매체에서는 귀화 정책 실패라는 평가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했다.
다음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쉬고 싶다”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