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공깃밥 가격, 더울수록 비싸진다?”가격표를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던 메뉴 ‘공깃밥’. 어느 식당이나 1000원의 가격을 책정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상황이 변하고 있다. 1500원, 2000원, 많게는 3000원의 가격을 책정하는 식당까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이 경우 쌀알을 만들고 채우는 시기와 한여름 폭염이 겹쳐, 수확량과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 영주·안동·상주·의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달 25일부터 벼 이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평년에 비해 2~3주가량 빠른 속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현상의 원인은 ‘고온’.
는 게 국립식량과학원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날이 더워지며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실제 벼 이삭이 모습을 드러낸 7월, 대구·경북의 날씨는 유난히 뜨거웠다. 대구지방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7월 대구·경북 기후특성’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기온은 27.1도로 평년보다 2.6도 높았다. 이는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뜨거운 7월 기록이다.
문제는 벼 이삭이 빠르게 나오며, 1년 중 가장 더운 한여름 시기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우선 꽃이 필 때 강한 고온을 만나면,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애초 쌀알이 생성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또 벼가 호흡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늘어나 속을 제대로 채우지 못할 수 있다. 같은 넓이의 논에서 농사를 지어도 거둘 수 있는 쌀의 양이 줄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기온 상승이 본격화된 최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중국 베이징대·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등 국제연구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진은 세계 각지에서 실제 논의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여 진행한 노지 실험 214건을 분석했다.
실제 논에서 나타난 고온 피해를 반영하자 전망을 웃돈 것.
특히 폭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얼마나 더운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쌀을 만드는 그때 폭염이 며칠 지속되는지가 중요한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상 전망을 보면, 쌀 생산량을 위협할 수 있는 폭염 일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내놓은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8.8일이다.
그런데
쌀알을 만드는 시기에 30도를 넘는 날이 하루만 늘어도 생산량 감소가 나타났다는 연구를 고려하면, 긍정적이지 않은 숫자다.
물론 쌀 생산 감소의 영향은 농업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쌀 20㎏ 평균 소매 가격은 2024년 7월 5만3078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에는 5만9671원으로 올랐고, 올해 7월에는 6만1696원을 기록해, 2년 만에 16% 넘게 상승했다.
현재 가격에는 벼 재배면적 감소와 재고 부족, 정부의 수급 조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여기에 ‘기후’라는 변수까지 추가될 경우 가격 변동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 하지만 주요 작물로의 역할은 여전하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연간 56kg 수준. 곡물 중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연구팀은 벼가 꽃을 피우고 쌀알을 만드는 시기를 폭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고온에 강한 품종 개발·보급 ▷파종·모내기 시기 조정 ▷관개 개선 ▷토양 품질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작물은 쌀뿐만 아니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과 폭염 현상은 식재료 전반의 생산량을 뒤흔들고 있다.
실제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실린 핀란드 알토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특히 쌀과 옥수수, 밀, 감자 등 주요 작물을 키우는 농경지 면적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해당 농작물들은 세계 식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증가할 경우, 70~80% 가까이 작물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변화하는 기후 조건에 따라 재배 작물을 바꾸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에서도 아열대 기후에 맞는 새로운 작물 재배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 속도는 빠르지 않다. 새로운 장비, 종자, 관개 시스템을 갖추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한 데 더해, 기술 습득도 요구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