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10월 이주 시작…한양도 이주 채비
수주전 때 LTV 100% 수준 이주비 조건 제시[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서울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이 이례적인 속도로 이주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신속통합기획과 신탁방식 등을 통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한 데 이어 높은 사업성을 바탕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추가 이주비 조달에 나서면서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이번 주 초 조합원들에게 이주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이주기간은 오는 10월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다. 조합은 이주를 마친 뒤 철거 절차를 거쳐 2027년 말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교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다. 지난 5월 19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2024년 1월 조합설립인가 이후 약 2년4개월 만이다. 대교아파트는 기존 576가구를 최고 49층, 912가구 규모의 ‘래미안 와이츠’로 재건축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을 맡고 있다. 조합은 경쟁입찰을 거쳐 하나은행을 기본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으로 선정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기본 이주비와 추가 이주비를 합쳐 LTV(주택담보인정비율) 100% 수준까지 이주 자금을 조달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금융기관에서 받는 기본 이주비만으로 자금이 부족한 조합원에게 시공사의 신용 등을 활용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대교아파트에 이어 여의도 한양아파트도 이주를 앞두고 있다. 한양아파트는 지난달 30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오는 10~11월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양아파트는 기존 588가구를 최고 57층, 992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 사업시행자는 KB부동산신탁이며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적용된다.
한양 역시 인허가 기간을 줄이며 사업 속도를 높였다. 지난 5월 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뒤 약 2개월 만에 인가를 받았다. 현대건설도 2024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당시 금융조건을 주요 수주 조건으로 제시했다. 당시 여의도가 비규제지역이었던 점을 반영해 기본 이주비 LTV 70%에 현대건설이 조달하는 추가 이주비 LTV 30%를 더해 총 LTV 100% 수준의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두 단지가 실제 이주에 나서는 올해는 당시보다 이주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태다.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에는 최대 6억원의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이후 에는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여의도에 적용되는 LTV도 기존 70%에서 40%로 낮아졌다. 이후 정부가 고가주택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주택가격에 따라 2억~6억원으로 차등화했지만 이주비 대출은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최대 6억원 한도가 유지됐다.
정부는 최근 이주비 문제가 정비사업의 사업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일부 손질했다. 지난 13일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에 따라 오는 31일부터 이주비 대출의 LTV를 산정할 때 기존 주택의 가치인 종전자산평가액과 재건축 후 주택 가치인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높은 금액을 담보가치로 인정한다.
기존에는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LTV를 산정했지만 앞으로는 통상 가격이 더 높은 종후자산평가액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변경으로 이주비 대출 가능액이 평균 약 3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제지역 LTV 40%와 이주비 대출 최대 6억원 한도는 유지된다. 이에 따라 기본 이주비 한도를 넘어서는 자금 수요가 있는 조합원에게는 시공사의 추가 이주비 조달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추가 이주비 조달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내년 1월부터 주택금융공사(HF)가 ‘추가 이주비대출’에 보증을 제공하는 상품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에 여의도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는 추가 이주비 지원이 여력이 충분한 대형 건설사 위주의 선별 수주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목화아파트는 삼성물산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잇따라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수의계약 절차가 가시화하고 있다. 광장아파트 38-1 재건축 역시 두 차례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성이 높고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정비사업장 사이의 금융 여건 차이가 향후 이주와 착공 속도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여의도 등에서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LTV 100% 수준까지 이주비를 조달할 경우 추가 이주비만 10억원 이상 나올 수 있다”며 “이 정도 규모라면 인근에서 대체 전셋집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추가 이주비는 대형 건설사의 신용공여 등을 통해 조달되는 만큼 건설사도 사업성이 높은 단지를 선별해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정비사업장은 같은 수준의 금융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