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8년 전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500회에서는 중학생 시절 집단 성폭행 피해를 당했지만 경찰로부터 불송치 결정을 받은 정연수(가명·23)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정씨는 학창시절 반장을 맡을 정도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밝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가해자 일행에게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은 무너졌다.
당시 정씨를 알았던 지인들은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하고 피해자가 죽지 않은 게 더 신기하다”며 “다들 버틴 게 신기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주범으로 지목된 권모씨는 10대 때부터 소년원을 드나들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혀온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권씨의 지인은 “충남권 지역에서 (권씨를) 모르는 친구는 없을 것”이라며 “원래 못된 걸로 소문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사건 당일 정씨를 공중화장실과 후배의 집 등으로 끌고 다니며 일행들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범행 장면을 촬영한 뒤 외부에 알리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살았다”며 “이사 간 곳에서도 ‘내가 누구를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이 네 나체사진을 가지고 있대 어떻게 살았길래 그런 게 있느냐’ 물어보더라”고 털어놨다.
성인 된 후 경찰에 신고했지만…‘불송치’
정씨는 성인이 된 2024년, 용기를 내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특히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태도에 크게 위축됐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경찰이) 저희 변호사님을 보더니 친구냐고 묻더라. ‘친구니?’ 이러면서 반말을 막 하시더라. 가해자랑 아는 사이라고 했다”며“‘이 사건 송치해주기 어렵다’고 말을 하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씨 사건을 맡았던 국선변호인 역시 경찰의 수사 태도를 지적했다.
국선변호인은 “미리 예단 갖고 있는 경우는 있지만 그걸 피해자한테 미리 티를 내거나 하면서 수사를 하진 않는다”며 “그런데 그분(경찰)은 처음부터 그러긴 했다”고 말했다.
당시 폭행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가장 큰 피해였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검찰 재수사 끝에 주범 징역 ‘8년’
그런데 사건 기록을 검토한 검찰이 재수사를 지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의 재수사 끝에 지난해 8월 주범 한 명과 공범 3명은 특수강간 및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7월 주범 여성은 징역 8년, 다른 가해자들도 모두 4년형 이상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이 찾아가자 당시 수사 관계자는 여전히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경찰 수사 관계자는 “저희가 수사 몇 년을 하면서 가해자를 봤을 적에 걔는 혼자 주도적으로 뭘 못하는 애가 맞다”며 “한편으로는 불쌍하다. 걔는 그냥 쉽게 말하면 병풍 쳐주는 애”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본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수사 기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이 사건은 그야말로 피해자에게 검사의 보완수사가 구원 같은 것이라는 건 결코 부인할 수 없다”라며 “범죄 피해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쫓아다니면서 증거를 수집하고, 입증하고 규명해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