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가스라이팅에 포획된 장동혁
4 대 2로 지고 있는데 ‘텐백 전술’?
‘선거 져도 당권 장악’ 과연 가능할까
지금 같아선 ‘우리가 황교안’은 자기 예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대신 ‘동행’을 선택했다. ‘절윤(絶尹)’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오히려 너희들이 절연 대상’이라고 되받아쳐, 보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두를 아연케 했다. 6·3 지방선거가 불과 100일 남은 시점에서다. 장 대표가 그간 감질나게 언급해 온 ‘나만의 타임 스케줄과 계획’이 마침내 전모를 드러낸 형국이다.
올 초 기자회견 때만 해도 “과거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두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했던 장 대표다. 비록 반쪽짜리 사과였지만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고도 했었다.
그런데 다시 태도를 바꿔 “1심 판결은 12·3이 내란이라는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나선 것이다. 당 전체를 미래는 고사하고 더 깊은 ‘내란의 늪’ 속으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당 안팎에서 “이제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장 대표는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여러 가지 분석과 해설이 나온다.
첫째, 장 대표가 강성우파 유튜버들의 ‘가스라이팅’에 포획돼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유튜버 고성국 씨 등이 “걸림돌을 제거하라” “배신자를 축출하라”며 반당권파에 대한 제명을 요구하자, 주저 없이 한동훈 전 대표 등에 대한 제명으로 응답했다. 유튜버 전한길 씨가 이달 9일 “윤(尹) 어게인 세력과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하라”고 압박하자, 바로 다음 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절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분열의 시작”이라고 ‘순응’했다. 한국의 적통 보수정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기가 찰 노릇이지만, 최근 벌어지는 여러 일을 보면 ‘가스라이팅 가설’에 적잖이 수긍이 간다.
둘째, 나름으로는 선거 전략일 가능성이다.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충성도가 높은 보수든 진보든 ‘집토끼’를 많이 불러내는 쪽이 선거에 이긴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을 때나 통하는 이야기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44% 대 22%, 정확히 2배 차이다. 이처럼 큰 격차를 지지층 외연 확대 없이 강성 지지층만 투표장으로 불러내 극복할 수 있겠나. 4 대 2로 지고 있는 축구 경기를 ‘텐 백(10-back) 전원 수비 전술’로 뒤집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황당한 생각이다. 장 대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장 대표가 6·3 지선의 승패 따위에는 아예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다. 승산이 높지 않은 선거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선거에 지더라도 당권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선거 승부처인 중도층이 싫어하는 언행만 골라 하는 장 대표이고 보면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인 셈이다. 장 대표 체제 출범 후 국민의힘 당원이 75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늘었다고 하니, 장 대표가 단꿈을 꿀 만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계산’이 과연 현실에서 통할지는 의문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7번의 총선과 6번의 지선이 있었다. 매번 선거 양상도 다르고 결과도 달랐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선거에 패배한 당의 리더는 자의든 타의든 대표직을 내놨다는 것이다. 보수 정당 사례만 봐도 2010년 지선의 정몽준, 2016년 총선의 김무성, 2018년 지선의 홍준표, 2020년 총선의 황교안, 2024년 총선의 한동훈이 모두 그랬다.
일단 사퇴 후 전당대회를 통한 대표 복귀? 물론 꿈꿀 수는 있다. 그러나 막상 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당권 장악이라는 사리사욕을 위해 지선을 통째로 제물로 바친 리더를 다수 당원이 다시 선택할까. 설령 받아들인다 해도 그런 리더를 앞세운 정당이 과연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장 대표가 ‘사퇴 후 대표 복귀’ 꿈을 못 버리겠다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걸었던 전철을 되새겨 보기 바란다. 황 전 대표는 사퇴 후 2년 반 만에 당권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4위 낙선이었다. 지금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아무 의미 없는 존재가 됐다.
장 대표는 작년 11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외친 적이 있는데, 그 외침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무의식적 예언’이 아니었을까. 장 대표의 ‘윤 어게인 폭주’를 보면서 지울 수 없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