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이다. 법이 시행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만큼 최소한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기업이 비(非)자발적으로 갖게 된 자사주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재계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소위에서 통과시킨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의 경우 법 시행 후 1년 안에, 그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1년 6개월 안에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민주당은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제도 실시를 위한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자사주 보유를 인정하는 등 일부 예외를 뒀다. 하지만 재계가 강력히 문제를 제기해 온 내용들은 그대로 법안에 반영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받아 창업자 지분이 적은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자사주 없인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법안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지주사 전환 등을 할 때 소액주주 지분을 사주면서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을 의무화하면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 신용도가 하락하고, 구조조정 비용이 높아지는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한국 기업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자사주 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같은 다른 수단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안에서도 나왔다. 주가 부양이 아무리 중요해도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법안을 아무 보완책 없이 강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