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서면 제청’에 여권 부글부글
보류했던 ‘사무처 강등’ 재추진 목소리
靑 “매우 엄중…서면제청 합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 없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22기)를 제청한 데 대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사무처로 강등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처리를 보류했던 ‘사법행정 개혁 3법’을 중심으로 2차 사법개혁 추진 방침을 본격화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 與 법사위 “법원행정처 폐지·조희대 탄핵해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김승원 의원은 21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 인사·예산·회계 등 사법 행정 사무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법원사무처로 강등해 집행 업무에만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는 전날 조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선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힌데 이어 이날도 당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은 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민석 대표는 이날 강원 최고위원회의에서 “근본 문제는 사실 국회가 흥분할 일이 아니고 사법부가 흥분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 탄핵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날 “대법원장이 위헌하고 위법하다면 이것은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수사 외에는 국회 탄핵이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사법개혁’을 주도했던 법사위가 이번에도 조 대법원장 탄핵과 2차 사법개혁 추진에 앞장서며 선제적으로 법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검토해 대통령의 정당한 임명권을 지켜야 한다”며 청와대에 손 부장판사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제청 반려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를 중심으로 ‘사법개혁’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올 2월 국회에서 ‘사법개혁’ 관련 법안 중 ‘법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등 ‘사법개혁 3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당 사법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법원조직법 개정안), 퇴직 대법관의 대법원 사건 5년간 수임 금지(변호사법 개정안), 비위 법관 징계 강화(변호사법 개정안) 등은 위헌 논란 등이 불거지며 현재 법사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을 판검사의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법사위 단계에서 추진하는 단계지만, 원내지도부에서도 법안 처리 여부를 조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靑 “헌정사 초유의 상황”
청와대는 이날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과 관련해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성기홍 대통령홍보소통수석은 한 유튜브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통한 부분이기 때문에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민정수석과 협의해서 서면 제청하는 방법을 합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헌법 104조 2항과 법원조직법 41조 2항에 명시된 대법원장 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을 두고 임명권이 상위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은 실질적으로 헌법을 무시한 행위”라며 “내년까지 대법관 22명을 계속 임명해야 하는데 이런 선례를 남기면 난감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임명 제청을 반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임명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지 않고 제청을 재요구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정권 들어서 첫 대법관 인사인데, 협의 없이 제청한 사람을 무조건 임명하는 전례를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