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탑승자 2명을 차로 치고도 목격자 행세를 한 40대 운전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이 여성은 피해자 사망에 대한 책임은 벗었지만, 상해를 입히고 달아난 혐의가 인정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여성(47)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여성은 2024년 5월 10일 오후 8시 52분경 차량을 몰고 강원 고성의 한 국도를 달리던 중 도로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45)와 동승자(42·여)를 잇따라 충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여성은 제한속도인 시속 80㎞를 넘긴 시속 110.9㎞로 주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앞서 오토바이 단독사고로 도로에 쓰러진 상태였다. 이후 여성보다 앞서 현장을 지나던 차량이 오토바이 운전자의 머리 부위 등을 충격한 뒤 도로 우측에 정차했고, 약 30초 뒤 여성의 차량도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승자의 다리 부위 등을 다시 충격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왼쪽 정강뼈와 종아리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동승자는 약 24주간 치료가 필요한 다리 부위 외상성 절단 등의 중상을 입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앞서 입은 머리뼈 복합골절과 뇌 손상 등 전신 다발성 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여성은 사고 직후 112에 “뺑소니가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신고하고 차량 통제를 도왔다. 문제는 이후 여성이 목격자에 불과한 것처럼 진술하고 그대로 현장을 이탈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이 피해자들과 충돌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와 CCTV 영상을 확인한 뒤 여성을 사고 차량 운전자로 특정했다.
여성은 법정에서 도주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먼저 신고했고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을 통제했으며, 남편의 전화번호도 남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성이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확인한 점 등을 토대로 자신이 피해자들을 충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목격자인 것처럼 행세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치명적인 머리와 뇌 손상은 여성의 차량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여성의 교통사고와 오토바이 운전자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도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한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 3명, 무죄 6명의 의견을 냈다. 반면 오토바이 운전자와 동승자에 대한 도주치상 혐의에는 각각 유죄 6명, 무죄 3명으로 유죄 의견이 우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 정도 등에 비춰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사고 이후 차량을 통제해 추가 피해를 막으려고 노력했고 차량이 종합보험에 가입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