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모바일 채팅창 등에서 인종차별 당해
교육당국, 사건 인지하고도 다루지 않았단 의혹

제주에서 집단 학교폭력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초등학생의 피해 부모와 시민단체가 제주도교육감과 교육청·학교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정치하는엄마들과 피해 학생 부모 등은 21일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교육감과 전·현직 교육청 관계자, 학교 관리자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제주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A 양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했지만 주변 학생의 도움으로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출신인 A 양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약 1년간 모바일 채팅방 등을 통한 따돌림과 인종차별 등의 피해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부모 측은 특히 교육당국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 측은 “지난해 가을 제주 서귀포시 모 초등학교에서 학생 A 양이 지속적인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했다”며 “사건 발생 266일, 언론 공론화 14일이 지났다. 이 사건은 지금도 교육행정 서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와 제주도교육청 등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매뉴얼에 따른 보고서를 생산하지 않았고 학부모가 서면으로 사실을 알린 뒤에도 이를 학폭 사안조사에서 고의로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의 보호자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한글 공부와 독서를 계속했지만, 오히려 언어 능력이 향상되면서 또래 학생들의 험담과 따돌림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돼 고통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보호자는 “하루라도 빨리 아이(A 양)가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매일 밤 늦게까지 한글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며 “지금 와보니 차라리 그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될수록, 글을 잘 읽게 될 수록 반 아이들의 따돌림과 험담을 더 잘 알아듣게 돼 괴로웠다”며 “아이는 아빠에게 전학을 졸랐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외국인 엄마에게 말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호소했다.
피해 학생 측 변호인은 교육당국의 대응이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90년대 학교폭력과 이로 인한 학생 자살사건이 현 학교폭력예방법의 제정 계기”라며 “법 취지가 무색하게 유사사건에 대해 교육당국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학생을 보호해주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단체 측은 이번 고발을 통해 교육당국의 사건 은폐 및 책임 회피 여부를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은폐로 지켜지는 것은 학교 평판이 아니라 어른들의 책임 회피일 뿐”이라며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해 전·현직 교육청 관계자 및 학교 관리자 전원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제주경찰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측은 언론 질의에 “절차에 따라 성실히 협조하겠다”며 “기자회견 내용을 파악해서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사안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