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주주총회 표 대결로 번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가 MBK·영풍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에 반대 의견을 내 주목된다. 특히, 서스틴베스트는 지난해에는 오히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이사 후보들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어 이번 권고가 더욱 의미를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스틴베스트는 오는 9월 9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의결권 권고 보고서를 통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에 찬성하고,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의결권 자문기관으로, 약 1300개 상장·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평가 결과와 주총 의안 분석은 기관투자자의 투자·의결권 행사의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서스틴베스트는 두 후보의 독립성에서는 뚜렷한 우열을 가리지 않았다. 회사 측 후보인지 주주제안 후보인지 만으로 독립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감사위원은 현 경영진뿐 아니라 지배주주인 MBK·영풍 측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서스틴베스트의 판단을 결정한 것은 전문성이었다. 백 후보는 공인회계사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장기간 회계·감사와 기업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를 토대로 재무보고와 회계처리, 내부통제, 외부감사 등 감사위원 핵심 업무와 직접 연결되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에 대해서도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은 인정했지만, 최근 고려아연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제재 등을 감안할 때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전문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서스틴베스트는 판단했다.
특히, 이번에는 후보 개인 능력을 넘어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까지 평가 대상으로 삼아 주목된다. 영풍·MBK 측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기존 경영전략의 연속성이 약해지고 대규모 설비투자와 주요 전략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비철금속 제련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간의 투자회수, 환경·안전 규제 대응, 높은 산업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현 경영체제에서 중장기 전략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전체 주주의 장기적 이익에 상대적으로 더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영풍·MBK측은 즉각 반발했다. 감사위원 선임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독립성과 후보 선정 절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서스틴베스트 권고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스틴베스트는 어느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3월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앞두고는 오히려 최윤범 회장 측 이사 후보 7명 전원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고 영풍·MBK 측 후보 7명에는 찬성한 바 있다. 특정 진영을 일관되게 지지해온 것이 아니라 주총별 안건과 후보를 각각 평가해 상반된 권고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과 영풍·MBK는
9월 9일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