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기 前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적이고 시장을 잘 아는 듯하다. 목표를 명확히 내걸고 일정 부분 성과를 보여줬다. 외교통상을 비롯해 주식시장 정비와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서 실적을 쌓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 노동시장에도 적용되는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의 노동 보호 정책들은 예상대로이긴 하다. 문제는 너무 빨리 쏟아져 찬반 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산업재해와 체불임금 통계를 체크하고 노동부 장관의 현장 점검을 독려하는 것까지는 공감을 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재계의 반대와 학계의 우려에도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였다.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추정 제도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노동 정책이 지나치게 정치적인 관점에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됐다.
노동 문제는 정치적인 동시에 경제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선거 때 정당은 정치적인 성격의 공약을 내걸지만 집권하면 대통령은 대체로 경제적인 해법을 모색하며 균형을 찾아간다. 지금 그런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대통령 자신이 노동 문제를 노동시장의 문제로 보지 않고 노동자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정부가 불합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면 시장은 따라가지 않는다. 불필요한 비용과 막대한 비효율도 감수하면서까지 우회로를 찾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정규직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2006년 비정규직보호법을 만들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처지가 나아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법으로 비정규직 고용을 막으려 했지만 시장은 법을 피해 정규직 고용의 벽을 더욱 높였을 뿐이다. 2년마다 사람을 바꾸고 사내 하청과 특수 고용직, 프리랜서를 활용하며 고용 형태는 더 복잡해졌다. 2년 기간 제한이 없었더라면 고용 형태는 지금보다 덜 복잡하고 정규직 전환 비율도 높아졌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란봉투법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 노사의 대응 추이를 좀 더 지켜봤어야 한다. 주 4.5일제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법까지 만들어 근로시간 단축을 독려해야 할 정도로 장시간 근로 국가가 아니다. 게다가 산업적 측면에서는 국가 대항전으로 치닫는 첨단 기술 분야의 노동시간 규제를 푸는 것이 더 급하다. 정년 연장도 정년을 꼭 법으로 연장하기보다 시장의 흐름과 노사의 자율 조정을 지원하는 편이 장기 고용에 더 기여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나서 기업에 청년 채용을 촉구하기보다 신규 채용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고용 유연화 조치 등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AI 전환과 AI 3대 강국을 위해 총력 질주할 때다.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인 미국과 중국은 자본과 인력의 규모뿐 아니라 교육과 노동 제도의 유연성과 다양성 면에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간다. 대통령 말마따나 전환기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의 전환만이 아니라 노동에 대한 관념·제도·관행의 전환도 있어야 한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의 격변을 과거의 방식으로 막아보려 할 때 한국 경제는 인구 위기와 맞물려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정부가 대주주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시장을 정상화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은 사람의 문제라서 규제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 과도한 법적 규제를 방치한 채 또 다른 규제와 정부 지원만으로 노동시장을 바꾸려 한다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