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rpions, ‘Wind of Change’(1990)


1989년 8월의 모스크바는 뜨거웠다. 냉전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던 그 여름, 레닌 스타디움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오지 오스본, 본 조비, 스콜피언스 같은 서방의 록 밴드들이 소련의 심장부에 서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모스크바 평화 음악제’. 당시 공연 기획자 독 맥기는 이 행사를 위해 출연 밴드와 기자들, 심지어 소련 적군 병사들까지 한 유람선에 태워 모스크바강을 유유히 내려갔다. 그 배 위에서 독일의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언스의 보컬 클라우스 마이네는 생각했다. 세상이 정말 바뀌고 있구나. 그 생각이 한 곡의 씨앗이 됐다.
이듬해 발표된 ‘Wind of Change’는 순식간에 시대의 노래가 됐다. 빌보드 핫100 4위, 영국 차트 2위, 세계에서 1400만장 이상이 팔려나간 이 곡은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한 편의 휘파람 선율로 포착해 낸, 20세기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목격자 진술이었다. “모스크바 강을 따라 고리키 공원까지 걷노라/ 변화의 바람을 들으며(I follow the Moskva, down to Gorky Park, listening to the wind of change).”
그로부터 33년이 흘렀다. 2022년 2월 24일 새벽, 그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러시아의 미사일과 탱크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스콜피언스는 즉각 러시아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인지 그해 3월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 마이네는 이렇게 말했다. “이 노래는 평화를 노래합니다. 오늘 밤, 우리는 더 크게 불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가사를 바꿔 불렀다. “이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봐/ 우크라이나라고 말하고 있어/ 변화의 바람을 기다리며(Now listen to my heart, it says Ukraine, waiting for the wind to change).” 평화의 노래가 저항의 노래로 다시 태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전쟁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거듭되는 종전회담에도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