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해 도로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차로 치고도 목격자 행세를 한 운전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성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 치사 및 치상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5월 10일 오후 강원 고성군 7번 국도에서 제한속도(시속 80㎞)를 초과한 시속 110.9㎞로 승용차를 몰다가 앞선 교통사고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B씨와 C씨를 쳤지만 목격자인 것처럼 경찰에 진술하고 현장을 벗어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 C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단독 사고로 도로에 넘어졌고, 뒤따르던 승용차가 B씨의 머리 등을 치고 지나가는 2차 사고를 당한 상태였다. 여기에 A씨의 차량과 충돌하면서 B씨는 결국 숨졌고, C씨는 엉덩이와 무릎 등을 크게 다쳐 6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가 낸 사고와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고 도주치사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 측은 “피해자는 1·2차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B씨가 1·2차 사고로 이미 머리와 뇌 등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 사고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 6명, 유죄 3명으로 나온 배심원 평결을 받아들여 도주치사죄는 무죄로 결론 내렸다.
다만, 함께 적용된 도주치상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A씨가 피해자들의 다리를 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경찰에 목격자인 것처럼 행세해 가해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 중 다수의 의견에 따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죄책이 중함에도 현재까지 피해자들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사고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호송될 때까지 차량을 통제해 추가 피해 예방에 노력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